김세훈 한국유통혁신연구원 연구위원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복분자를 생산하는 한 소상공인은 온라인 판로 확대가 늘 고민이다. 자체 쇼핑몰을 구축하거나 지속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민간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자니 수수료와 운영 부담이 크다. 결국 공공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기대를 걸지만, 실제 활용 과정에서 또 다른 장벽을 마주한다.

고창군의 ‘고창마켓’, 전라북도의 ‘전북상생장터’,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 ‘인빌쇼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사이버거래소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플랫폼들이 서로 연동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는 쇼핑몰마다 다른 상품 등록 방식, 운영 도구, 고객 관리 체계를 각각 관리해야 한다. 인력과 자원이 제한적인 지방 소상공인에게 이는 참여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소비자도 불편하다. 특정 지역의 특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지역 쇼핑몰에서 회원 가입과 결제를 마쳤더라도, 다른 지역 상품을 구매하려면 다시 새로운 쇼핑몰에서 동일한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구매 경험이 단절되는 구조라서 시장 확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특산물 쇼핑몰은 약 150여 개에 달한다. 기능과 구성은 대부분 유사하다. 그럼에도 상품 관리 도구, 회원 시스템, 결제·보안, 고객센터가 각각 별도로 구축·운영되고 있다. 개별 지자체 쇼핑몰의 연간 운영 예산이 5억원 미만인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일한 기능에 대한 중복 투자가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정책 설계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지역 쇼핑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각 지역은 관광, 축제, 문화 콘텐츠 등을 통해 방문과 관심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입을 지역 특산물 소비로 연결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분산형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한 판로로 이어지기보다는 ‘전시형 플랫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심이 돼 상품 관리 서버, 회원 가입 체계, 결제·보안, 통합 고객센터 등 온라인 쇼핑몰 운영의 핵심 인프라를 단일 체계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공공 디지털 인프라로 제공하고, 각 지역과 개별 사업 단위의 쇼핑몰은 해당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특성과 정책 목적에 맞는 상품 전시와 홍보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마련되면 소비자는 여러 지역의 우수한 특산물을 다양한 접점에서 불편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소상공인은 하나의 상품 등록과 관리만으로 여러 채널에 노출될 수 있어 운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통합된 상품 데이터는 해외 판매 채널이나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도 가능하게 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중복 투자를 줄여 확보된 재원은 생산자의 상품 기획 역량 강화, 콘텐츠 제작, 마케팅 지원 등 실질적 경쟁력 제고에 쓰여야 한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 온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데이터는 통합하고, 서비스는 분산하며, 현장의 부담은 줄이는 것이 디지털 행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방 소상공인의 경쟁력은 쇼핑몰의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통합에서 나온다. 디지털 정부의 성과는 플랫폼의 개수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로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