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함을 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 북한 상황을 회부할 것을 촉구한 지 정확히 12년째가 되는 날이다. 당시 북한 인권 COI 보고서는 안보리에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비록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것은 아직도 답보 상태지만 이 보고서는 북한 인권이 전례 없이 공론화되는 효과를 냈다.
2013년 설치돼 1년간 활동한 북한 인권 COI는 유엔 책임 규명 기구 중에 특이한 사례다. 유엔은 전쟁, 학살 보도로 여론이 들끓으면 COI나 사실조사단(FFM)을 설치한다. 북한은 극도의 폐쇄성 탓에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감금과 같은 잔학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 그런데 2013년 인권 단체와 탈북민의 호소로 출범한 북한 인권 COI는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 놓았다. 북한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가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고 확인했고,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 관리가 북한 반인도 범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는 북한인권 COI 권고대로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총회 사상 최초로 한·미·일 외교장관이 참석한 북한인권 고위급회의가 열린 데 이어 안보리에서도 수년간 북한 인권이 논의됐다. 이후 북한 당국의 폭행, 가혹 행위가 줄었다는 탈북민 진술이 있었다.
북한 인권 COI는 묻히기 쉬운 인권 참상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인권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COI 보고서는 12년이 지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ICC 회부는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이라는 벽에 걸렸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한국 드라마 유포를 사형에 처하는 ‘반동 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드는 등 인권 역주행 중이다. 북한 인권 COI의 권고로 설치된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도 실망스럽다. 이곳에서 최근 낸 보고서는 탈북자 인신매매와 강제 북송 등을 설명하면서 중국 대신 ‘인접국’이라는 표현을 쓰고, 탈북민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탈자’라 불러 빈축을 샀다.
북한의 반인도 범죄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유엔 인권 조사 기구가 증거를 수집해 향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억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북한 반인도 범죄 억지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려면 북한 인권 COI를 다시 설치해 상설화하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2014년 북한 인권 COI 보고서 이후 시리아 책임 규명 메커니즘(IIIM)과 미얀마 책임 규명 메커니즘(IIMM)이 설치됐고, 베네수엘라·이란·우크라이나 등에서 사실상 상설 조사 기구가 활동 중이다.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이 이 나라들보다 나은가?
2002년 인류는 보편적 국제 형사 정의 실현을 위해 ICC를 설립했다. ICC의 일원이자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상설 북한 인권 COI 출범에 앞장서야 한다. 매년 2월 17일을 ‘북한 인권 증진의 날’로 지정해 국내외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도 있다. 우리는 북한에 자유·민주주의·인권·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 가치가 확산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