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국가교육위원회가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자사고·특목고 폐지까지 언급했다. 이처럼 ‘대입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본질적인 질문인 ‘왜 모두가 대학으로 몰리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의 문제는 사회 구조와 문화에 있다. 그럼에도 정책 입안자들의 논의는 ‘제도를 고치면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술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사회 구조가 그대로인 한 대입 제도 개편은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경로를 바꿀 뿐이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그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돼 왔다. 내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걸 억누르려는 시도는 반복해서 실패해 왔다. 특히 ‘대학만이 사회적 성공을 위한 안전한 길’이라는 인식이 유지되는 한 어떤 대입 제도 개편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17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1위다. 단순한 학구열의 결과가 아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다. 대학 진학이 안정적인 삶을 위한 사실상의 생존 경로가 된 사회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입 제도는 국민의 삶의 경로와 미래 전망,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는 핵심 사회 제도로 받아들여진다. 2025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서도 향후 가장 중요하게 유지돼야 할 정책 과제로 ‘공정한 대입 제도 운영’이 꼽혔다.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논의도 한계를 안고 있다. 내신과 수능을 절대 평가로 전환하면 대학은 구술 면접, 논술, 서류 평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경쟁은 공교육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공교육 밖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사교육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상품화·고액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의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좋은 학군지나 사교육 밀집 지역 같은 다른 경쟁의 장으로 옮겨갈 뿐이다. 특히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자녀를 자사고에 입학시키는 현실은 정책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불신만 키운다. 정책 입안자들은 선호 대학·학과에 대한 경쟁을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그 경쟁을 어떻게 분산하고 완화할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 경쟁 자체를 부정한다고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본질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면 직업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삶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존재할 때, 대입 경쟁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졸 채용 확대, 임금과 승진에서의 차별 해소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 없이는 직업교육 활성화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입제도를 바꿔 사교육비와 교육격차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역사적으로 실패를 반복해 온 대증 요법이다. 해법은 대입제도 자체가 아니라 대학 중심 사회 구조에 있다.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경쟁은 언제나 다른 얼굴로 되살아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더 이상 제도 설계의 기술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왜 대학만이 유일한 출구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대입 개편은 또 하나의 실패한 교육 실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