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공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이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공군 제공
윤연 前 해군사관학교 교장

국방부는 2026년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 신임 장교 임관식을 합동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군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초급 장교들에게 자군 이기주의 극복과 타군과의 협력이 합동 임관식이라는 형식 하나로 하루아침에 체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다.

물론 효율적인 합동 작전을 위해 육·해·공군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각 군 사관학교는 교육 과정 중 타군과의 교환 실습을 통해 생도 시절부터 상호 이해를 넓히며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해 왔다. 육·공사 생도들이 해군 함정에 동승해 국내외 항해를 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한때 시행됐다가 폐지된 합동 임관식을 다시 추진한다면 당시 왜 중단됐는지 그 이유부터 직시해야 한다.

첫째, 각 군에는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사관학교의 졸업과 임관은 모교에서 함께 치러진다. 이유는 분명하다. 해군 장교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수많은 함정의 축하를 받으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바다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성장한 생도가 계룡대 산속에서 임관식을 치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각기 다른 사명으로 단련된 생도들은 자신이 성장한 공간에서 임관할 때 비로소 군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완성하게 된다.

둘째, 부모와 가족들의 접근성과 현실적 부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임관식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4년간 혹독한 교육을 마치고 새 출발을 하는 장교들과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부모와 가족을 위한 축하 자리다. 졸업식과 임관식을 분리해 진행할 경우 가족들은 서울·진해·대전·청주 등 전국을 오가야 하며 시간적·경제적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천 명의 가족을 수용할 충분한 시설도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셋째,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일정 효율화를 위해 합동 임관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과 국무총리, 군 수뇌부, 외빈들은 바쁜 국정 일정 속에서도 각 군 사관학교를 직접 찾아 임관하는 소위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격려해 왔다. 필자 역시 소위로 임관하던 날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악수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경험은 평생 조국 해양수호의 결의를 다지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 대통령의 ‘스킨십’은 새 출발 하는 소위들에게 실질적인 격려와 자부심을 심어준다.

합동임관식뿐 아니라 삼군 사관학교를 통합하자는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다. 그동안 삼군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의 체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초급장교와 각 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전문성이다. 육군은 땅에서 사자처럼 싸워야 하고, 해군은 바다에서 상어처럼 싸워야 하며, 공군은 하늘에서 날렵하게 적을 제압해야 한다.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결국 어디에도 특화되지 못한 ‘쓸모없는 오리’를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의 현대전일수록 전문성은 더욱 절실하다.

현재의 군 교육 시스템은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더라도 각 군 대학, 합참, 국방대학교 등에서 충분한 합동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군의 전통성과 전문성, 그리고 사기다. 이것이 곧 전투력이다. 전투력 증강으로 이어지지 않는 삼군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 임관식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