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 교수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그려진 BTS 로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왼쪽)과 같은 날 서울의 한 PC방에서 만난 BTS팬인 프랑스 관광객들/ 로이터 연합뉴스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의 안방을 점령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보자. 이 폭발적인 관심이 한국행 비행기 티켓 발권과 한국 내에서의 소비로 직결되는가? 안타깝게도 그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K컬처의 브랜드 가치가 관광 수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 답보 상태다.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는 여전히 보여주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인이 달력에 표시를 하며 “이 시기엔 반드시 한국에 가야 한다”고 결심하게 하는 ‘오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해법이 바로 ‘한국판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와 같은 ‘K컬처 글로벌 메가 페스티벌’이다.

현재 우리 축제 생태계는 풍요 속의 빈곤이다. 1000개 이상의 축제가 난립하지만 외국인에게 권할 킬러 콘텐츠는 드물다. 천편일률적 기획과 바가지 요금 논란은 축제를 ‘피곤한 소비 현장’으로 전락시켰다. 공급자 위주 사고 탓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SXSW나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텍사스 오스틴의 SXSW가 성공한 건 단순한 음악 축제여서가 아니다. 음악·영화·기술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도시 전체를 거대한 비즈니스 쇼케이스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역시 도시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한국판 SXSW도 이 지향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10월 한 달을 ‘K컬처의 달’로 지정하고 대한민국 전체를 페스티벌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낮에는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에서 K산업의 글로벌 B2B 마켓이 열리고, 밤에는 상암과 잠실뿐 아니라 부산 영화의전당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아이돌 콘서트가 이어져야 한다. 홍대·성수와 부산 서면·전포동은 힙한 문화의 해방구가 되며, 한강변과 해운대·광안리 해변은 K푸드를 즐기는 ‘오션뷰 미식 라운지’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콘서트 티켓 한 장은 항공권, 숙박,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 사슬의 방아쇠다. 관광객의 체류가 길어질수록 낙수 효과는 골목 상권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나간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관 주도를 탈피해 민간 전문가 총괄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정부는 서포터로서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기술로 가격과 결제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바가지 요금은 축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외국인 전용 통합 앱을 통한 예약·결제로 스마트한 운영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야 한다. 글로벌 메가 이벤트는 문체부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토부(항공·교통), 법무부(비자), 중기부(소상공인),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범정부 원팀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K컬처의 골든타임이다. 이 열기를 ‘체류와 소비’라는 경제적 성과로 굳혀야 한다. 이제 ‘보는 한류’에서 와서 즐기는 ‘오는 한류’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