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강남대 석좌교수·前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소셜미디어에 부동산 투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는 필자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면서 출간한 책의 제목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무현 정부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당시 특목고 폐지 발표를 계기로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촉발됐다. 이러한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공급을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은 결과 노무현 정부 기간 중 서울 주택 가격은 74.4%나 올랐다.

그 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106.3%의 급상승세를 보였다. 규제 일변도 정책들이 노무현 정부보다도 더 강력하고 반복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고 신축 아파트에 대한 가수요를 유발해 오히려 가격을 부채질하는데, 이 정책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역시 공급 감소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전 공약 단계에서는 “투기는 억제하되 무주택 실수요자의 LTV와 DTI는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 재과열로 집권 후에는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다. 그러나 실수요자가 집을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있고,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의 급감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서울의 월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라는 발언은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부동산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큰 충격이다.

그렇다면 시장 원리에 충실하면서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대다수 OECD 회원국들은 이런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공급 확대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편다. 부동산 보유세의 중장기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래세는 오히려 낮춘다면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하는 것도 공급을 대폭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금융 규제는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의 상승 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칠 경우 젊고 자산이 적은 가구에 타격이 커서 이들이 내 집 마련 시기가 늦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가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시장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개입 방식과 그 수준이다. 시장과 싸우겠다는 식의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 과거의 국내외 정책 역사가 남긴 교훈이다.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치 노련한 서핑 선수가 파도를 타듯 시장의 흐름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정책 당국에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