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이틀간 두 차례 노동자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건설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도 인명 사고가 있었다. 대형 건설 현장의 붕괴 사고 소식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수조 원의 예산, 최첨단 공법, 그리고 산더미 같은 구조 계산서가 있는데 왜 사고는 반복되는가?’ 기계안전기술사로서 그 본질적인 답을 ‘현장 통제’에만 매몰된 우리 안전 관리의 한계에서 찾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현장 중심 안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사고의 80% 이상은 인력이 투입되기 이전, 즉 시공 계획서 및 구조 계산서와 안전 공사 계획서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장비가 진입되고 공정이 시작된 후에 “위험하니 멈추라”고 외치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경영 리스크와 비효율의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안전은 사고가 나기 전에 ‘언제 멈춰야 할지’를 미리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크게 3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사고는 ‘완성’이 아닌 ‘전이(Transition)’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공 계획서와 구조 계산서는 완공된 상태를 기준으로 작성되지만, 실제 재해는 완공으로 나아가는 중간 상태에서 터진다.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하중 전달 경로와 경계 조건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 과도기적 불안정성, 즉 좌굴이나 전도 가능성을 계산에 넣지 않는 계획서는 죽은 서류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데이터 센터나 반도체 클린룸 같은 초정밀 하이테크 플랜트 현장은 ‘전이 단계’의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곳이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설비 하중과 진동 시 발생하는 미세한 구조적 변위가 전체 시스템의 치명적인 붕괴로 직결된다. 직접 경험한 글로벌 하이테크 현장에서는 시공 전 단계에서부터 구조 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천 번의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계획되지 않은 돌발 상황’ 자체를 공학적 데이터로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둘째, ‘멈출 수 있는 안전’을 위한 공학적 게이트(Gate)를 구축해야 한다. 연속 타설이나 고중량 철골 양중 작업처럼 일단 시작하면 멈추는 것이 더 위험한 공정들이 있다. 이런 공정은 진입 전 풍속, 장비 상태, 지휘 체계, 여분 장비 등 필수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었는지 엄격히 판정하는 ‘진입 조건’ 중심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작업 중지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한 고도의 공학적 판단이어야 한다. 공학적 근거에 기반해 ‘지금 이 작업을 이 상태 그대로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가’를 자문하며 관리해야 진정한 안전 관리인 것이다.
셋째, 안전은 공정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안정화하는 장치다. 대형 투자 사업에서 사고는 단순한 인명 피해를 넘어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경영 리스크로 직결된다. 안전 전문가가 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공정과 안전을 통합 관리할 때 비로소 불필요한 공기 지연을 막고 경영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본질은 개인의 과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예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판단 구조와 체계’가 작동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제는 ‘현장에서 안전사고 제로(0)’라는 감성적인 구호를 넘어 ‘사고가 날 수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공학적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한다. 서류상의 안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하중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일터는 안전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