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슬린 하버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미네르바대학 초대 학장

인공지능(AI)이 급속히 생활에 스며들며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세계관, 지식 체계, 가치관까지 달라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지식 전달을 위주로 하는 종래의 대학교육은 계속 유지돼도 괜찮은 것일까? 지난 시대 고등교육의 상징은 대형 강의실, 단상 위 교수, 열심히 필기하는 조용한 학생들이었다. 산업 문명 시대에는 이러한 교육이 유효했지만,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와 작별했다.

AI가 모든 지식을 집대성하고 정보가 도처에 널린 오늘날, 단순한 지식 전달과 이를 암기하는 일은 가치를 잃었다. 이제 강의실의 학생들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 세대의 잠재력 성장을 가로막는 위험 요소다. 인류 전체가 당면한 기후 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 개별 국가나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이 침묵을 깨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지식을 주어진 그릇에 단순히 담는 인재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는 스스로 그릇의 형태와 크기를 설계하는 건축가가 돼 자신의 지식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고의 힘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리더를 키우기 위한 능동적 학습은 단순한 수업 방법의 혁신을 넘어선 인지적 교육 혁명이다. 인간은 지식과 정보를 듣거나 읽을 때보다 직접 표현하고 사용할 때 이를 가장 깊이 체득한다. AI가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모호함 속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데 있다. 능동적 학습은 바로 이러한 21세기에 요구되는 역량이다.

최근 혁신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의 미네르바대학이나 한국의 태재대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능동적 학습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인지과학이 제시하는 미래형 교육 모델을 택하고 있다. 능동적 학습의 핵심은 학습 활동 그 자체를 인지과학에 기반해 구조화한 것이다. 사전 학습, 수업 중 응용, 내면화(Internalization)로 이어지는 3단계 교육으로 지식을 단순 정보가 아닌 ‘살아 있는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사전 학습은 학생들이 책이나 자료를 먼저 읽거나 영상 시청 등으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수업은 소그룹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로 지식을 체득하게 하는 과정이다. 수업 후 내면화 단계에서는 비교적 잦은 진도 점검과 교수·학생의 상호 피드백으로 졸업 후 사회활동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2023년 4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I시대, 대학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오세정 전 서울대 교수, 김성일 고려대 사범대학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스티븐 코슬린 미국 미네르바대학 초대 학장. / 오종찬 기자

에듀테크를 통한 초밀착 상호작용도 큰 역할을 한다. 첨단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교수와 학생 간 실시간 소통으로 마지막 한 명의 학생까지 챙기는 고도의 몰입형 교육 체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를 실험실로 삼는 글로벌 교육이다. 서울·뉴욕·베이징·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인류가 쌓아 온 상이한 문명 가치와 질서를 체험하고, 이렇게 습득한 지식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비판적 사고의 확장 과정이다.

능동적 학습에 기반한 대학의 혁신은 더없이 소중하다.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이 고등교육을 향한 명확하고 새로운 메시지에 귀 기울이길 기대한다. 미래의 대학 강의실은 학생들이 말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치열한 논쟁과 실험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젊은이들의 무대가 돼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밝은 미래는 교육의 변화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