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들에게 2025년은 최고의 해였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70%나 올랐다. 하지만 코스닥 투자자는 체감하지 못한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 지수 비율이 역대 최저치다.
코스닥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코스닥 벤처펀드 소득공제 한도를 올리고,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등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국회도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국회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화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을 분리 법인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물론 환영할 일이다. 코스피의 마이너리그인 현 체제에서 코스닥 발전은 제한적이다. 코스닥을 독립 법인화해서 벤처·신기술 위주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신뢰와 혁신을 통한 평판 구축으로 코스피와 당당히 경쟁하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회의 의도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화는 10여 년 전에도 검토됐다. 한국거래소 노조가 반발했다. 게다가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붙어 논의가 중단됐다. 현재도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접점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급한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체거래소를 활용하는 대안으로 코스닥을 살려보는 건 어떨까. 대체거래소란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를 깬 별도의 주식 매매 플랫폼을 말한다.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로 지난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닥 지수가 상승한 덕분도 있겠지만 코스닥 거래 대금은 전년 대비 20% 정도 증가했다. 다양한 호가 방식, 거래 시간 확대로 투자자 편의도 제고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체거래소에 어떤 종목이 편입될 경우 대체거래소와 한국거래소의 유동성이 모두 증가하는 반면 대체거래소에서 특정 종목이 편출될 경우에는 한국거래소의 유동성도 감소한다. 대체거래소로 인해 가격발견 기능이 강화된 셈이다.
코스닥 종목이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되면 추가 유동성이 공급돼 제값에 사고팔기가 좋아진다. 또한 코스닥 종목에 특화된 주문 유형을 도입하면 적절하고 균형 있는 가격을 찾아가는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프리·애프터마켓 등 거래 시간 연장으로 변동성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닥지수 ETF 상품을 추가할 경우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대체거래소의 점유율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은 한국거래소 대비 종목별 30%, 전체 시장의 15%로 제한돼 있다. 이런 규제 탓에 점유율을 초과해 150여 종목이 거래가 중단됐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이고 해외 투자자도 혼란스러워한다. 규제 비율을 올려서 대체거래소의 숨통을 틔워주는 게 당장 어렵다면 점유율 산정 시 프리·애프터마켓의 거래량을 제외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체거래소에 대한 점유율 규제는 선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대체거래소의 거래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투명성을 강화하거나 정규거래소로 전환을 유도하며, 국내에서처럼 일괄적인 거래량 규제는 하지 않는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 구조개편이라는 중장기적 과제를 추진하기보다는 복수 거래시장인 대체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걷어내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