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개발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국무총리까지 개발 반대 입장에서 목청을 높인다. 총리까지 나서서 문화유산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대통령실을 다시 청와대로 이전하려는 계획과 관련된 문화유산 관련 검증을 돌이켜봤다. 논의됐다는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에는 여러 문화유산이 있다. 현재 보물 1점(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사적 1건(육상궁), 천연기념물 1건(노거수군)과 서울시 문화유산(침류각) 등을 포함해 60여 점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복합된 국가유산의 보고다.
보물로 지정된 석불은 잘생겼다고 하여 ‘미남불’이라고 하며, 육상궁은 한국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화(史話)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사당이다. 도심에서 쉬 볼 수 없는 말채나무와 용버들, 조선이 선비의 나라임을 상징하는 학자수라고도 불리는 회화나무 등을 품은 청와대를 서울의 심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초부터 청와대의 일부가 출입 통제됐고, 보안·경호 시설이 설치되면서 많은 현상 변경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경우 문화유산법에 따라 현상 변경 허가를 사전에 얻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미 시행됐다면, 원상 회복을 한 다음에 현상 변경 허가를 얻은 후에 재설치해야 한다. 특히 천연기념물은 청와대가 완전히 개방된 이후에 지정됐으므로 그 이후에 청와대의 현상을 변경하려면 반드시 문화유산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로 대통령실이 이전하면 상당한 범위로 출입이 통제된다. 북촌과 서촌으로 연결되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 세계적인 명물 거리가 하루아침에 죽어버린다. 경찰 경호 인력이 깔려 통행에 위축이 생긴다. 종묘 앞에 벽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다. 엄청난 문화적 손실이다. 그동안 청와대 이용객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2022년 5월 10일부터 지난 3월까지 관람객 수가 70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간 20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그동안 땀 흘려 해 왔던 문화유산 복원 사업의 명분도 사라진다. 경복궁은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하고 흥례문을 복원했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월대도 복원했다. 현재 덕수궁(경운궁)의 선원전도 돈덕전에 이어 복원하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하면서 일제가 절단했던 창덕궁과 종묘도 연결했다. 그런데 대통령실 이전으로 경복궁 후원은 미래가 사라진다. 고궁 복원 사업의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멀쩡한 도로를 뭉개고 월대를 만들더니, 잘 있는 청와대는 부수고 들어간다. 모순의 절정이다.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공간에 2개 중대 이상의 무장 병력이 들어선다고 하니, 이 행위는 문화유산 침탈 혹은 파괴에 가깝다.
필자의 주장을 대통령실 이전 반대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나라가 잘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나는 단지 문화유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또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을 문화유산 차원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일단 국민의 품에 안긴 귀중한 국가유산을 다시 감금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국가유산청은 폭넓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균형을 이뤄 영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국가유산을 미래에 남겨줘야 한다. 국가유산청장은 장기적이고 거시적 안목에서 유산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