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지형 성균관대 교수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문명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산업, 금융, 의료, 제조, 콘텐츠 전반에 AI가 스며들며 국경을 넘어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AI 개발과 활용이며, 이러한 AI 개발과 활용의 핵심은 바로 사람, 즉 인재다. 그러나 우리 산업 현장에서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출발점은 교육이다.

AI 도입과 활용은 책상 하나를 집 안에 들여놓는 변화가 아니다. 아예 집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새로운 집을 짓고 이사 갈 때 가족 모두가 이사 간다. 우리가 AI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바로 온 국민이 새로운 AI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집인 AI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AI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AI 기초 교육과 AI와 다양한 교과를 융합하는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전 국민이 AI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AI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다.

AI 시대는 단일한 유형의 인재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AI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인재,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적용하는 인재, 기업 현장에서 AI를 접목하는 실무 인재, 일상에서 AI를 활용하는 인재가 함께 필요하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의 속도와 범위를 동시에 확장해야 한다. 우선 고급 인재를 속도감 있게 양성하기 위해 학·석·박 연계 패스트트랙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AI는 빨리 발전하고 변화한다. 이에 맞춰 우수 인재가 조기에 핵심 연구 분야로 진입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AI를 다룰 인력을 키우기 위한 AX(인공지능 전환) 융합 교육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들의 성장을 위해 대학·연구기관·산업계의 긴밀한 연계, 안정적인 연구 지원, 글로벌 수준의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AI는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어렵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간 뒤에는 다시 체계적으로 AI를 배울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속되어야 한다. 학생 시절에는 기초 소양을, 청·장년기에는 실무 능력을, 이후에는 새로운 기술을 재학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지역 곳곳에서 AI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거점 대학을 육성하고, 이를 지역 산업과 연결해야 새로운 인재–기업–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으면 지역마다 고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루는 AI 성장 모델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육은 시간(언제나 배울 수 있는 전 주기 체계)과 공간(어디서나 가능한 지역 확산)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든, 필요한 시점에 AI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AI 확산과 산업 개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생성형 AI 활용률은 미국보다 높다. 이 기반 위에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여 AI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국민이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나아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