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식품의 GMO 표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행 GMO 표시는 식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GMO 완전표시제는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제조‧가공 과정에서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비자 단체와 시민 단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GMO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GMO 완전표시제’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하는 반면 산업계는 물가 상승과 함께 소비자들의 GMO 식품 기피가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식품의 안전성은 무엇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판단돼야 한다. 정책 결정 또한 이러한 과학적 검증 결과를 토대로 이뤄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책의 목적은 막연한 불안이나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GMO 표시는 안전성 검증을 대신하는 절차가 아니라,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GMO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안전성 심사를 거쳐 허가된 것만 사용된다. 이처럼 국내에 유통되는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며, GMO 표시는 안전성 자체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제도로 기능해야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원칙이다. 유럽연합, 미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는 안전성을 확보한 다음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금 국회가 추진 중인 GMO 완전표시제 논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제도 개선 요구의 연장선에 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입국임에도, 현행 표시 기준은 제조‧가공 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의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 완전표시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과 표시 기준의 실효성 논란으로 번번이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투명한 정보와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가 사회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에도 단기적인 부담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투명 경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시장 구조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공정하고 책임 있는 시장 질서를 세우는 토대가 된다.
GMO 완전표시제는 산업과 소비자가 맞서는 제도가 아니다. 투명성과 신뢰를 함께 지켜가는 새로운 사회적 약속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GMO 완전표시제 시행은 향후 우리나라 식품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