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싱가포르와 한국의 수교 50주년이다.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에 반가운 마음으로 방한했다. 총리로서 첫 공식 방한이 양국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와 맞물려 매우 기쁘다.
싱가포르와 한국이 처음 수교한 1975년, 양국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냉전이 아시아를 재편하고 있었다. 양국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움직였고 역동적인 지정학적 변화의 흐름에 휩쓸릴 위험을 감수했다. 동시에 우리는 국내 난제와도 씨름하고 있었고 보유한 천연자원은 부족했다.
그러나 양국은 이런 장애물에 정면으로 맞섰고 제약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을 경제와 기술의 강국으로 변모시켰다. 싱가포르도 작은 무역항에서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 상업·금융 거점으로 발전했다.
양국이 공유한 경험은 오늘날에도 두 국가를 묶어주고 있다. 세계는 또다시 거대한 불확실성 시대로 들어섰고 우리 두 국가는 또다시 적응하며 번영을 위한 새 길을 찾아야 한다. 거대한 강대국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보호주의의 압박이 커지고 규칙 기반 다자주의 질서가 약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처럼 개방적인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에 이런 과제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가계와 장기적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이런 격랑을 함께 통과하기 위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난 몇 년간, 양국은 훌륭하고 견고한 관계를 쌓아 올렸다. 경제는 매우 긴밀하다. 서로의 10대 교역 국가 안에 꼽히고, 양자 무역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에 투자한 국가 중 투자금 규모로 싱가포르는 넷째이며, 한국 기업들도 싱가포르에 의미 있는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문화와 인적 교류도 꽃을 피웠다. 많은 싱가포르인이 한국 음악, 드라마, 음식과 패션을 사랑한다. 한국 방문객과 기업들은 싱가포르에서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교류는 어떤 조약이나 협의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이해와 애착을 이끌어냈다.
우리는 또한 개방적이면서 포괄적인 지역적 틀을 형성하기 위해 아세안(ASEAN)을 중심으로 지역적, 국제적인 주체로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한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우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규칙을 수립하기 위해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과 같은 선구적 프레임워크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런 튼튼한 토대 위에서, 방한 기간 중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서울에서 만나 양국 관계를 공식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한국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속에서 추후 과제를 해결할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전략적 파트너십은 디지털과 녹색 경제, 인공지능(AI), 지속 가능성 및 기후변화 등 미래 지향적 분야에서 협력할 로드맵을 제시한다. 우리는 상호 보완하며 돌파구와 해법을 개척하고, 국민과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갈 것이다. 둘째, 우리는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며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보편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긴밀하게 움직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기업과 노동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상의하고 서로의 역량 개발, 혁신과 역할 설계에 대한 경험에서 배울 것이다. 셋째, 우리는 지역 안정성과 국제 협력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 평화와 비핵화는 우리의 공통 관심사다. 싱가포르는 대화를 장려하고, 긴장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모든 당사자가 함께하는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
또 우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포럼,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여러 창구에서 계속 협력하며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세계 무역 체제를 수호하며, 국제 협력을 촉진하고 장기적인 책임감으로 우리의 공동 자원을 관리할 것이다. 아세안·한국 경제 관계의 조정국을 맡고 있는 국가로서 싱가포르는 아세안·한국의 자유무역협정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우리는 한국이 디지털화와 녹색 전환 등 떠오르는 분야에서 아세안에 참여하는 일을 지지할 것이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개방되고 미래 지향적인 국가가 목적과 자신감을 갖고 함께 일할 때 어떤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지 50년에 걸쳐 보여줬다. 우리가 함께 발을 내디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약속이다. 양국 정부가 나눈 약속, 양국 기업의 저력,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나는 싱가포르와 대한민국 관계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욱 발전하리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