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때다. 안타깝게도 마스가는 메아리 없는 구호 느낌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상무 장관은 7월 협상 타결 후 올린 소셜미디어에 조선업 협력, 마스가 펀드에 관해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배를 필요로 하고 한국에 발주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마스가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마스가를 보도한 적이 없다. 주한 특파원이 한국 동정을 보도하면서 언급했을 뿐이다. 마스가 펀드 1500억달러와 그 사용 계획도 우리 협상팀의 아이디어다. 그렇다고 손을 뗄 수는 없다. 신통한 결과를 얻기 위해 달려야 할 때다.
미국은 백악관에 조선국(shipbuilding office)을 설치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실에 백악관 조선국의 대응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양국 조선업 협력을 산업부의 조선해양플랜트과가 홀로 감당하기엔 버겁다. 조선업은 철강·기계·화학·전기·전자, 심지어 가구 등 광범위한 후방 산업이 필요하다. 이 모든 걸 조율할 책임과 권한을 갖춘 기구라야 대미 협력을 지휘할 수 있다. 9월 국민성장펀드 보고 대회에서 신동식(93)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해사 산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대통령 직속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를 맡아 조선 산업 전반을 기획·설계한 인물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백악관이 조선업을 직접 챙길 정도라면, 우리도 대통령실에서 대응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법제에 박힌 걸림돌 제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해사 산업의 전반적 재건을 위한 ‘SHIPS법’을 비롯, 그 축약판인 ‘미국 선박 건조법’과 미국 해운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존스법의 예외를 두자는 법안인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의 통과를 촉구해야 한다. 세 법안은 미 의회의 저항도 크다고 알려졌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조선사들은 족쇄를 차고 달리는 꼴이다.
반드시 챙겨야 할 또 하나의 입법 이슈는 인력이다. 만일 미국 내 한국 조선소에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같은 비자 문제가 있었다면 끔찍한 결과가 생겼을 거다. 조선소 생산 일정 붕괴는 물론 후방 산업 협력사에도 연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자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사전 협조가 필수다. 단순 노동 인력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중남미 출신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쿼터를 보장받아야 한다. 인건비가 높은 나라의 조선업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인건비 상한 규정 제도도 미국 정부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 일도 못하는데 인건비만 많이 줄 수는 없다. 첨예한 인력 이슈들을 정부가 나서 해결해 줘야 한다.
미 해군이 지원하는 연구개발 사업 수준과 예산 규모는 세계 최고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로봇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도 미국이다. 우리의 조선 기술과 미국의 첨단 기술이 결합되면 한국은 조선업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어떻게든 한미 과학기술 협력을 새로운 동맹 어젠다로 포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관료들의 겸허한 열린 마음을 당부한다. 정부에서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의 지식·경험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