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열풍이 여전히 대단하다. 케데헌으로 불이 붙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고,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지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추석 연휴 일주일 동안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141만8000명에 달했다. 연휴 내내 비가 왔음에도 일평균 20만2600여 명이 방문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관람객(10만8000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경복궁은 51만1349명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연휴 첫날인 10월 3일에는 국가유산청 직원들과 함께 경복궁을 찾는 국내외 관람객을 맞이하면서, ‘케데헌’으로 유명해진 갓 모양의 부채를 나눠 드리는 행사를 가졌다. 예전이라면 무슨 물건인가 어리둥절했을 외국인들이 갓 부채를 받자마자 바로 머리에 쓰는 시늉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인을 확실하게 매료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또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확산해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겼다. 무엇보다 해외 관광객이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인 국가유산을 접한 경험을 기념하는 전통문화 상품의 개발과 판매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경복궁 안에 궁궐형 상품관인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 계획이다. 경복궁을 단지 한국 대표 궁궐로만 알릴 게 아니라 고유의 역사 문화 경관을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체험과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념품 구매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험형 공간’으로 꾸밀 것이다.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처럼 갓을 쓰고 춤의 안무를 따라하는 외국인들. /박성원 기자

국가유산청의 비전은 ‘문화 강국의 원천 K헤리티지, 국민 곁으로 세계 속으로’다.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러한 비전의 실천이다. 과거의 정책이 보존·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보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과 세계인에게 우리 국가유산의 새로운 매력을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K굿즈에 담긴 전통문화의 이야기와 장인의 숨결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 국내외 관람객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장으로 꾸릴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의 국가유산이 지닌 가치와 서사를 일상에서 접하고 즐기게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K컬처 시대를 위한 콘텐츠의 국가 전략 산업화 추진’이라는 과제와도 연결된다.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는 국가유산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있는 누구에게나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젊은 공예가, 디자이너, 소상공인들이 그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만든 한국 대표 K굿즈를 홍보하고 소개할 수 있다. 또한 무형유산의 계승을 위해 노력하는 전통 장인들이 만든 고품격 K공예품으로 그 품격을 더할 것이다.

2023~2024년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 기간 중 성공적으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로도 확대해 K굿즈의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유럽이나 미국을 거점으로 한 전통문화 상품관 개관도 구상해 볼 때가 왔다.

이를 위한 첫 단계인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는 K헤리티지를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관문이다. 다가올 방한 관광객 3000만 시대 달성을 위한, 대한민국 국가 유산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