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사법권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그 결정판이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 첫날 국감장에 출석해 잠시 인사말을 하고 퇴장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올해 민주당은 참고인 신분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90분간 현장에 붙잡아놓았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 대해 의견을 말하라고 고삐를 쥐고 종용했다. 재판은 사법권 행사인데도 말이다.
민주당 당대표는 대법원장을 향해 “비겁하고 오만하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퇴를 압박했다.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국무총리와 회동했다는 내용이 담긴 정체불명의 녹취를 꺼내 들었다. 이 녹취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는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기필코 대법원장을 청문회나 국정감사의 증인·참고인으로 출석시키고, 여차하면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하겠다고 한다.
입법부 국회가 이런 방식으로 사법부를 이끄는 대법원장과 판사들을 흔들 수 있나? 법관의 거취를 강요하거나, 증인·참고인으로 국회에 오라 가라 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법행정권’ 행사라면 몰라도, 재판이라는 ‘사법권’ 행사에 관한 한 이런 일은 헌법적으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법권 독립을 박탈하는 것은 독재(獨裁)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독재의 동토’에 다다르기 위해 기필코 대법원을 손에 쥐고 법치주의의 요단강을 건너야 했다.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혀끝에 올려놓고 국회에서 법을 제멋대로 바꾸는 방식으로 독재한다. 주권이란 이름으로, 의회의 다수결로, 법에 근거해서 독재한다. 독재의 마지막 갈무리가 대법원을 지배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독재를 합법·합헌이라고 선언해야 독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민주적 법치주의 독재에 완강하게 항거해 왔다. 헌법은 그 정신을 분명하게 못 박고 있다. 입헌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입헌(立憲)’이란 말 그대로, 헌법이 써놓은 방법대로만 하라는 뜻이다. 어떤 국가권력도 헌법을 위반해 권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입헌주의의 핵심에는 권력 분립, 법치주의가 있다. 입법, 행정, 사법을 분립하고 서로 견제하도록 해서 독재를 방지한다. 이때 ‘상호 견제’란 입헌주의, 즉 헌법에 따라서만 하라는 뜻이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국회 등 상대적으로 힘이 센 기관이 견제라는 이름으로 법원처럼 힘없는 기관을 지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자. 헌법 62조에 따라 국회는 ‘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을 국회나 그 위원회에 출석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나 판사를 국회에 출석시킬 권한은 없다. 헌법에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 국정감사에 대법원장이 출석해 인사하는 관행이 유지돼 온 것은, 감사 대상이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입헌주의 아래에서 ‘사법권 행사’는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
헌법이 확고히 말하고 있는 권력 분립의 요체로 ‘사법권 독립’을 특별히 고고하게 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법권은 독재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스스로 독재할 수 없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청구된 때만 권한을 행사하는 소극적 기관이 사법부다. 스스로 고고히 독립적이어야 하는 사법권이 정치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권력 분립은 주저앉고, 동시에 법치주의는 무너진다. 헌법 1조가 선언하는 민주공화국이 ‘민주독재국’으로 전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