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前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 정부조직법이 공포됐다. 검찰청 폐지가 헌법 위반인지 논란이 있지만, 내년 10월쯤이면 우리는 약 78년간 유지되어 온 것과 전혀 다른 수사 체계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본래 검찰은 소추와 재판의 분리, 사법경찰 통제를 위해 탄생했다. 검찰 제도의 모태인 프랑스에서는 검사의 수사권을 법률로 인정하고 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주재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게 된 국내 상황을 지켜보며 가장 염려되는 점은 역시 범죄 대응의 공백이다.

한국 검찰은 수십 년간 힘 있는 자들을 상대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수사 역량을 축적했다. 주가조작, 횡령·배임, 심지어 대선 자금 수사를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대 범죄는 피해 규모 면에서도 일반 형사 사건과 비교되지 않는다. 급격한 제도 변경의 피해 발생을 막고 효과적인 범죄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조속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아울러 중대범죄수사청이 힘을 남용하지 않으면서 신뢰받고 공정한 수사 권한을 행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견제 장치도 필수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를 실무적으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검찰·경찰의 실력 있는 인재들이 중대범죄수사청 근무를 자원할 수 있도록 처우에 있어서 배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실력을 쌓아 온 검찰 인력들이 수사에서 갑자기 손을 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에 관해서는 검찰의 보완 수사 권한을 인정하거나 수사 지휘권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 중대 범죄에 관한 검찰의 전문성, 노하우가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에 실질적으로 녹아들 수 있는 채널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셋째,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한 사건은 전 건 공소청에 송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를 보완함과 동시에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네 번째 제안은 중대범죄수사청이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건 조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건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내사를 빙자한 강제 수사를 진행하다가 유야무야 사건을 접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중대범죄수사청이 강제 수사에 착수하고서도 1년 이상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공소청에 그 내역을 통보하고,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공소청에 송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간 수사로 인한 폐해는 막아야 한다.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권을 신설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사건이 맥락 없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사이 피해자만 방치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성의가 없고 경찰은 실력이 모자란다는 세간의 평가를 소홀히 다뤄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는 테스트도 없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모험을 앞두고 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전 준비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의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아울러 중대범죄수사청이 자칫 성경 속 리바이어던(괴물)으로 변질하거나 범죄자들이 우습게 여기는 무용한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공소청에 지금의 검찰 기능을 제대로 담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