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洑) 철거를 주장하는 환경 단체 회원들이 50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때문에 보는 철거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고인 물이 다 썩는다면 대형 댐의 물도 벌써 썩었어야 맞다. 고인 물은 썩지 않을 수도 있다. 담수량이 큰 소양호, 대청호에는 녹조가 발생하긴 해도 대체로 수질이 좋다. 따라서 물의 건강성은 수질 관리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 자체가 문제가 되기 어렵다.
수심이 깊은 한강과 낙동강의 보는 개방이 쉽지 않다. 물 이용에 많은 이해 당사자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는 다르다. 2012년 준공 이후 개방, 철거 결정, 재가동 결정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세종보는 높이 2.8m에 길이 348m의 규모다. 보의 길이 가운데 223m는 철강 구조물로 된 가동보로, 나머지 125m는 고정보로 건설됐다. 담수량은 380만t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수기에도 하루이틀이면 물을 꽉 채울 수 있어서 체류 시간이 짧다고 할 수 있다.
세종보 철거 여부는 세종보를 가지고 있는 세종시민은 물론 주변의 대전·충청권 시도민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다. 건강하고 깨끗한 물로 가득 찬 세종보를 갖고 싶은 것이 세종시민과 주변 시도민들의 바람이라고 본다. 강이나 호수의 물이 주변 사람들의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강조할 필요도 없다. 4대강 보가 썩은 물로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 같은 기대는 어렵다. 차라리 철거가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4대강 보가 그런 회생 불가 수준의 보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철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가 주는 이익까지 걷어차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구간은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이기 때문에 보를 철거한다 해도 과거의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아가기도 어렵다.
필자는 세종보를 포함해 수심이 얕은 보는 ‘고무보(inflatable rubber weir)’ 형태로 구조를 바꾸는 개선안을 제안하고 싶다. 보 전체를 허물고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철강 구조물로 된 가동보 부분만 고무 재질로 바꾸자는 것이다. 고무보를 설치하면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가 우려되면 즉시 개방해 물 흐름을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철강 구조물 가동보는 유압식으로 작동되므로 모래·자갈·통나무가 끼는 문제가 있지만, 고무보는 이런 유지·관리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보 개방이나 철거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수질 유지, 생태적 다양성,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 고무보는 또한 평상시 충분한 수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친수 기능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고무보를 설치해 운영 중인 옥천 금강보, 대전 갑천보, 예천 한천보 등은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환경 단체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 단체와 공론 과정을 거쳐 보의 구조를 개선해 활용하는 방안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