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충청남도 청년네트워크 위원장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은 분명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진전이었다. 청년이 국가 발전의 핵심 주체임을 선언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확히 해 청년의 권리 보장을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현장에서 더 절실하게 묻고 있다. 이 법이 우리 청년들의 삶 가까이 와닿고 있는가, 우리의 목소리를 정말 담아내고 있는가? 오늘날 청년은 취업난, 주거 불안정, 사회관계 단절,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와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마저 떠안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청년 정책은 단순한 선언에 머물 수 없다. 청년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 구조물이어야 하고, 구체적인 길을 열어주는 나침반이어야 한다.

현장에서 나오는 요구는 선명하다. 주거, 일자리, 문화, 돌봄에 대한 의견을 직접 말하고, 그것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정부의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형식적 틀에 머물러 있고, 청년은 여전히 청년 정책의 ‘대상자’일 뿐 ‘주체’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충청남도 청년네트워크 위원장이 된 이후 매월 한 차례 시·군을 돌며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주거·복지·문화 참여에 관한 구체적 제안을 쏟아냈지만, 정부의 정책 설계 테이블로 올라가는 공식 통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현장의 의견 수렴이 정례화되어야 한다. 개정안은 각 중앙 행정기관에 청년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6개월에 한 차례 이상 정기 회의를 의무화한다.

연령 기준의 현실화도 필요하다.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은 만 19~34세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결혼·출산·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34세 상한은 여러 개별법이나 조례와 충돌을 낳는다. 상한을 39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실제 생애 주기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청년기본법을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개정해야 한다. 취약 청년의 범위에 가족 돌봄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포함시켜 사회적 안전망을 넓혀야 한다. 장애를 갖고 있는 청년은 청년위원회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만 국한된 청년 기본소득을 보편화할 필요도 있다. 청년지원센터의 역할은 단순 상담을 넘어 취업, 주거, 창업, 금융까지 현실적인 법률 상담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국가적 책무다. 청년이 어느 지역에 살든 동등한 기회와 자원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제 청년기본법은 선언적 권리장전이 아니라, 청년의 절박한 삶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촘촘한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더 이상 불안한 내일 앞에 홀로 서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는 함께해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청년이 지쳐 주저앉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도 함께 멈춘다는 것을.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문구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법으로 붙드는 용기다. 청년의 삶을 바꾸는 법, 청년이 숨 쉴 수 있는 법, 청년이 희망을 말할 수 있는 법.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청년기본법 개정의 진정한 의미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청년은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야 우리 삶이 존중받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