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 ‘에너지슈퍼위크’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에너지 협력의 리더로 부상했음을 보여준 행사였다. APEC 에너지장관회의, 청정에너지장관회의, 미션이노베이션 장관회의 등 3개 에너지장관회의와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전례 없는 규모로 개최됐다. 41개 정부 대표단, 111개 국제 단체, 105개 글로벌 기업 등 국내외 1300여 명의 에너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 분야에서 단군 이래 최대 국제 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3만6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세계 최대 에너지산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에너지슈퍼위크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에너지 핵심 어젠다를 주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전 세계에 홍보했으며, 청정 에너지 확대, 에너지고속도로, 차세대 전력망 구축, RE100 산업 단지 조성, AI 기반 에너지 혁신에 대한 각국의 지지도 확보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APEC 에너지장관회의 공동 선언문에 이러한 비전을 포함해 확산시키자는 공감대도 이끌어냈다.
에너지슈퍼위크에서 제시된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에너지 총동원령, 수출 산업화, 에너지 AI 융합이었다. 미래 에너지 정책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035년까지 전력 수요가 에너지 수요보다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구 타순에 비유하면, 1번 전기차, 2번 에어컨, 3번 배터리, 4번 AI 데이터센터 등 거포들이 포진한 셈이다. 그래서 투수 총동원령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원투 펀치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전천후 구원투수로 활용해야 승산이 있다. 특히, 꾸준함과 비용 측면에서 원전은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수소, CCS(탄소 포집·저장)를 신진 에이스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이른바 ‘에너지 총동원령’을 통해 저렴하고, 일정하며, 깨끗한 3C 에너지(Cheap·Constant·Clean)로 막아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산업의 미래와 우리나라 에너지 수출 산업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리 기업들은 에너지슈퍼위크 주제인 “Energy for AI, AI for Energy”에 걸맞게 재생에너지, SMR(소형 모듈 원자로), 차세대 전력망, HVDC(초고압 직류 송전),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미래 비전을 실물로 구현해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에너지 당국자들이 한국수력원자력, 현대차, 효성, 두산 등을 방문해 우리 기업의 역량을 확인했다는 소식도 뒤따랐다.
셋째,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에너지와 AI에 대한 논의가 최초로 시작되었다. AI 확산이 머리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는 심장이라 할 수 있다. AI 기술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AI를 도입해 전력망을 최적화할 경우, 2030년까지 175GW의 전력망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우리 원전 설비 용량의 7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융통할 수 있는 규모다. 이처럼 AI와 에너지 모두 투자해야 격화되는 AI 혁명과 에너지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슈퍼위크를 통해 국제 에너지 협력의 허브로서 위상을 확립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외교 무대에서 선보인 리더십이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고, 에너지 산업을 반도체, 방산, 조선에 이은 제2의 수출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