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

여우 잡는 방법이 있다. 여우 집 입구에 연기를 피우면 견디지 못해 밖으로 나온다. 출입구가 하나라서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현관에 불이 나면 닮은꼴이 된다. 아파트와 빌라가 많은 한국에서 현관은 안전하게 나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고층 건물일수록 현관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

얼마 전 아파트 현관에서 한밤중 전동 킥보드를 충전하다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타는 전동 킥보드가 출구를 가로막아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는 총 678건 발생했고, 그중 전동 킥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2020년 98건이던 배터리 화재는 2024년 117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화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럿이다. 우선 구입 방법이 문제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킥보드 배터리 충전기가 리콜 대상이었던 사례가 종종 있다. 충전 중 과전류로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게 리콜 이유였다. 최초 구매자는 리콜 정보를 알기 쉬운 반면, 중고 거래를 통해 구입한 소비자는 알기 어렵다. 충전 장소도 문제다. 고가의 전동 킥보드는 도난 우려로 아파트 각 세대 내부의 현관에 보관한다. 또한 일과 중 사용하고 저녁이나 취침 중 충전한다. 아파트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 대형 화재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행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을 찾자. 우선 내 전동 킥보드가 리콜 대상인지 당장 알아보자.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아파트 관리회나 일정 주거 단지 자치회에서는 내 집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리콜 정보를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동 킥보드에 대해 일괄 조사하도록 하고, 보관 방법에 대해서도 안전한 옥외 보관실을 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전 문화도 바꿔야 한다. 충전 직후 즉시 충전기를 분리해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전동 킥보드 사용자는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캠퍼스에서 전동 킥보드를 학생 두 명이 올라타 질주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구조상 두 사람의 무게가 더해지면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에 과도한 무게가 가해진다. 돌출된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전달되는 과한 충격은 고스란히 배터리가 흡수한다. 여기에 폭염으로 노면 열기가 전달되면 배터리는 일종의 더블 펀치를 두들겨 맞는 셈이다. 가혹한 조건에 노출된 배터리에는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리튬 배터리는 전동 킥보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택배가 일상화된 오토바이에도 장착된다. 소유자들은 올바른 사용 방법과 보관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배터리의 변형, 파손이 발생되면 과감히 폐기하고 리콜 대상 여부는 필히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더욱 더워질 것이다. 그리고 전동 기반의 운송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게 될 사고를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좀 과하더라도 먼저 움직이자. 현관에 ‘폭발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