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큰 기업의 사업 확장에 대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문어발식 확장이란 무엇인가? 여러 갈래로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특히 주력 사업 위주의 다각화가 아닌, 본업에서 벗어난 ‘비관련 다각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영 전문가나 학계에서도 기업이 자신의 역량을 벗어난 비관련 다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문어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미료 회사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관련 다각화인가, 비관련 다각화인가? 문어발식 확장이니 실패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의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아지노모토가 개발한 반도체 핵심 절연 소재인 ABF는 현재 글로벌 시장점유율 98%로 반도체 산업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다. 이것은 운이 아니다. 아지노모토는 조미료 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신의 아미노산 관련 기술이 반도체 절연 사업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기술적 역량의 관련성은 외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외부인들은 통상 표면적으로 보이는 ‘제품의 관련성’에만 현혹된다. 하지만 정작 기업 다각화에서 중요한 것은 피상적인 ‘제품의 관련성’이 아니라 기업의 ‘역량의 관련성’이다. 겉으로 보기엔 문어발식 비관련 사업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아주 절묘한 관련 사업인 경우가 있다.
이 밖에도 문어발식 확장 같아 보이는 성공 사례는 많다. 컴퓨터를 만들던 애플은 영화 사업(픽사), 음악 사업(아이튠), 휴대폰(아이폰), 금융업(애플페이), 그리고 OTT 방송(애플TV)에 진입했다. 일반인 시각에서 문어발식 비관련 사업으로 간주될 것들이 존재한다. 테슬라의 주요 사업인 전기차, 로켓 및 저궤도 위성, 그리고 옛 트위터(X) 등도 서로 별로 관련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구글의 경우, 창업 후 현재까지 260여 기업을 인수해 초대형 문어발 회사란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출발해 현재는 자율 자동차까지 만들고 있고, 헬스케어·금융까지 진출했다. 아마존도 책방에서 출발해 현재는 우주 사업에 진출해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사업 확장을 문어발이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혁신적 성장의 아이콘으로 본다.
이런 사례는 우리 기업 역사에도 있다. 한때 문어발이라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 역량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과거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조선 사업 진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 진출은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성공해 K조선, K반도체의 신화가 됐다. 기업은 사업 다각화를 할 때 큰 자금을 투입해 위험 감수를 한다. 따라서 사전에 사업성을 철저히 따지게 된다. 세상에 어느 바보가 실패 가능성이 높은 비관련 사업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겠는가? 외부에서 암만 문어발이라 외쳐도 경영자는 자신의 고유 역량을 그 외부인보다 수백 배 더 잘 이해하며, 이를 철저히 분석해 성공 가능성을 보고 들어간다.
물론 빈틈없이 관련성 여부를 확인해도 그 예측이 틀릴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사업 확장에 실패한다. 그럴 경우 경영자는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그것이 순리다. 그러나 사업 경험이 부족한 외부인이 이것은 문어발이고 저것은 아니고 하는 훈수를 두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다. 그것이야말로 문어발식 간섭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