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뜨겁다. 오픈 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지난해 “다음의 거대한 돌파구는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AI 에이전트가 최근 챗GPT에 장착됐다. 구체적으로 작업을 지시하면 자료를 찾아 사람처럼 일을 처리해주는 신기한 광경을 컴퓨터 화면 앞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의 최근 버전은 감독과 배우 없이도 영화를 만들고, 외국인과 회의도 실시간으로 번역한다.
AI를 둘러싸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매일같이 새롭게 나오면서 기업들이 발전 속도에 놀라고 있다. AI를 활용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며 새로운 성장 사업을 만들 것인가에 기업들이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걸음마 단계이다. AI가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우리 기업들은 스스로 AI를 발전시켜 왔다기보다 미국 중심의 연구개발을 지켜본 것이 사실이다. 워낙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래도 미래를 위한 성장 사업을 찾는 것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해 왔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e커머스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또한 국내 대표적 통신사 중 하나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다가 이번 정부가 선정한 거대 언어 모델 사업의 5개 사업자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나마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AI 시대 반도체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점한 기업이 있다는 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AI 발전에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AI는 도로나 댐처럼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인프라가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우수한 인력이 참여하고, 투자가 이루어지며, 고객을 만들고 사업화가 되는 생태계이다. 정부의 역할보다는 이 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기업의 역할이 더 크다.
AI는 벤처기업이 설계하고, 대기업이 사용한다는 말을 한다. 현재 시점에서 AI 혁신이 일어나는 곳은 벤처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벤처 투자업계는 작은 규모로 투자해서 빠른 기간 안에 회수하는 안정적인 투자를 좋아한다. 이런 관행에서는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생길 수 없다. 벤처 투자 업계의 관행이 바뀌어야 하고, 모태펀드들의 입장도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AI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하는 곳이지만, 이제야 AI가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과 솔루션의 내부화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과 사업을 제안해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에서 만들어서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의 사이클이 느릴 경우에는 나름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AI 분야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빠르게 잃는 방법이 될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어떤 문제를 AI로 풀 것인가를 정의하는 능력을 키우고 문제를 푸는 방법은 외부의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AI 관련해 정부의 역할만 요구해서는 제대로 된 AI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