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월이면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한다. 고통스럽지만 계절이 지나면 끝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몰려오는 인공지능(AI)의 열기는 다르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에 “고도화된 AI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초기 AI는 인간의 도구였지만, 초지능으로 진화하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당시에는 과장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그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올 8월, 오픈AI는 챗GPT-5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전 세계를 뒤흔든 GPT-4나 구글의 제미나이를 넘어서는 성능을 지녔다고 한다. 뒤이어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준을 훌쩍 넘는 GPT-6도 곧 등장할 것이다.
이 AI들은 단순한 언어 도우미를 넘어섰다. 최근 부상하는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웹 브라우저, 엑셀, 검색 도구 등을 조작하며 시장을 분석하고 예산을 수립한다.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로봇 팔을 제어해 수술을 보조하고, 공장을 조립하며, 물류를 자동화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새 정부는 ‘소버린 AI’ 구상을 내놓았고, GPU 확보를 포함해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산업계는 인공지능을 빨리 도입해 노후한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AI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가 가져올 파장은 훨씬 광범위하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물론 과거 산업혁명도 초기에는 실업을 낳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문제는 AI가 단지 자동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인간의 학습, 판단, 의사 결정까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운영 가능한 AI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소버린’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는 생태계 속에서 진화한다. 사용자가 많아야 피드백이 있고, 데이터가 쌓여야 성능이 좋아진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학습 데이터를 갖고 있다. 중국도 키미-K2 같은 자체 AI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들과 경쟁할 생태계 없이 한국형 AI를 개발한다는 건, 자칫 고립된 시스템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AI 기술의 오용 역시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과 조작된 음성은 이미 정치, 금융, 사기 등에서 악용되고 있으며, 법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AI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는 ‘AI 안전 연구소’를 출범시켰지만, 현재까지는 실질적 비전이나 정책보다 소식지 발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 예산을 확보하려는 경쟁 속에서, 많은 대학이 인공지능 단과대를 성급히 신설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학문 체계와 시너지를 도모하기보다, 구조적 마찰을 야기하며 ‘적대적 병렬화’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논의나 실험 없이 추진되는 조직 재편은 학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국가의 장기적 학문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AI는 인류에게 엄청난 가능성과 함께 심각한 위험을 동시에 안겨준다. 우리는 기술결정론에 빠져서는 안 되며, 어떤 사회를 만들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는 이어, 지금 AI를 주도하는 기업과 국가들이 “군비 경쟁처럼”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모두가 위험을 알면서도, 남보다 느릴까 봐 멈추지 못하는 현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대비해야 할 시간이다.
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다루는 철학의 문제다. AI 시대, 지금이야말로 기술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