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가동이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 /뉴시스

1982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은 우리나라 두 번째 원자력발전소이며, 국내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이다.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전략 자산 중 하나인데, 2012년에 30년의 설계 수명을 마치고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월성 1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 5600억원을 투입해 핵심 설비를 교체했다. 이 설비 개선 작업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10년 수명 연장을 승인받아 재가동되었으나 2019년 가동이 영구 정지돼 현재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폐로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실용주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생성형 AI(인공지능)는 기존 포털 검색의 10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요구한다. AI와 함께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또한 이전 데이터센터보다 3.3배 많은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미 한전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 한계에 부딪혀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신규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으면 AI 기술도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만일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한다면 단순히 몇 백 메가와트(MW)의 전력 설비를 되찾는 데 그치지 않고 연간 약 50억kWh의 무탄소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탄소 중립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 이는 대구광역시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의 약 35%에 해당한다. 이미 원안위로부터 안전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검증을 받은 월성 1호기를 영구 정지하고 해체하는 것은 국가 전력 수급 계획에서 큰 손실이다.

미국에서는 평균 40년인 최초 원전 수명에 20년을 연장해 주는데, 최근 여기에 추가로 20년을 더 허가받는 원전들이 생겼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야 원전 계속 운전 기한을 10년에서 20년 수준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재가동이 충분히 가능한 원전도 영구 중단에 돌입한다.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탄소 중립 핵심 과제인 수소환원제철(HyIS) 실현을 위한 전력 공급 기반으로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전기로 에너지를 공급해 탄소 배출량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혁신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상시 가동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의 전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원전의 전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적·정책적 관문을 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전력 직거래(PPA) 제도는 재생에너지에만 한정돼 있다. 원전도 계약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월성 1호기는 단순한 노후 발전소가 아니라 정부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성능과 안전성만 확보되면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실용주의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