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민간인 출신 안규백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우리 국방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결정이다. 60여년 동안 국방장관은 대부분 군 출신, 특히 육군 참모총장이나 합참의장을 지낸 이들이 맡아왔다. 이들은 전역 직후 장관에 취임하며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이라는 구호로 결의를 다졌지만, 이제 국방장관은 전투의 선봉장이 아니라 국방 운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다. 민간인 출신 국방 수장이 낯설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제도가 이미 정착돼 있다.

지금 우리 군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 안보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전 정권 때 계엄령 논란으로 군의 명예가 훼손되고, 일부 간부는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 신뢰는 흔들리고, 군의 사기도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문민 장관이 지휘봉을 잡게 된 만큼, 국방 재건을 위한 멋진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섯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군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CEO가 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62조원의 국방 예산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투자’임을 알아야 한다. 국방이 튼튼해야 경제도 잘 돌아갈 수 있다. 국방장관은 ‘국방 CEO’로서 한정된 예산을 육·해·공군에 어떻게 배분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둘째, 굳건한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이다. 우리가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전략 자산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을 북한 억제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김정은과 예기치 못한 합의를 이끌 수도 있다. 주한 미군 주둔비도 더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국방 담당자들과 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2023년 폐기를 선언한 9·19 군사합의를 재이행할 지 여부는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 2018년 체결된 이 군사합의는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의 양보로 유사시 북측의 남침 경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신임 국방장관은 정치적 고려보다 군사적 현실과 위협 수준에 기반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남북 간 평화를 위한 정치적 목표를 위해 우리에게 불리한 합의를 해선 안 된다.

넷째, 적 도발 시 싸워 이길 수 있는 결단력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과거 연평도 포격 당시 미온적 대응은 우리 모두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장관 자신도 교전 규칙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장 중심의 훈련 참여를 통해 위기 시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병역 자원 확보와 장병 사기 증진에 힘써야 한다. 선택적 모병제, 민간 인력 확대, 여성 징병제까지 포함한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병의 사기를 높이는 것은 전투력 유지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이를 위한 환경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오늘날 국방은 인공지능, 드론, 사이버전, 우주·해양 안보 등 전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병력 중심의 사고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인 방어가 어렵다.

국방 개혁은 언제나 어렵고 외로운 길이다. 군 내부의 우려와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 국민의 기대 속에서 신임 장관이 우리 국방의 새 시대를 여는 데 중심 역할을 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