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전공 교수·前 법무검찰개혁위원

이 기고는 지난 11일 자 A29면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의 특별 기고 ‘검찰 해체 법안,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먼저 보라’에 대한 반론입니다. /편집자

검찰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를 신설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 4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공청회가 이루어지는 등 검찰 개혁의 물살이 거세다. 조국혁신당도 유사한 법안을 내놓아 검찰 개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검찰 개혁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이 되면 대한민국이 곧 무너질 것’처럼 울부짖는다. 과연 그럴까.

현행 형사 사법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범죄→수사(경찰, 검찰, 제한적으로 공수처)→기소(검사, 제한적으로 공수처)→재판 절차로 이루어진다. 검찰 개혁이 되면 수사 주체가 달라질 뿐이다. 즉, 수사하는 검찰이 폐지되고 중수청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검사는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소속만 변경되고 수사를 못 할 뿐, 여전히 기소, 피해 아동 보호 명령 등 공익의 대표자 역할을 한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검찰 국가의 탄생·몰락에서 본 바와 같은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부작용과 폐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지금껏 수사·기소를 장악했던 검찰 중심의 형사 사법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긴다. 효율성 중심의 검찰 지배적 형사 사법 시스템에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 수사는 예컨대 경찰이 방치하면 중수청이 하고, 중수청이 수사를 안 하면 경찰이 하게 된다. 만약 경찰·중수청이 없는 죄를 만들어 죄가 있는 것처럼 수사하면, 공소청 검사가 제3자로서 점검하여 불기소할 것이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경우 또는 수사를 방치하는 경우 견제 또는 통제할 장치가 없는 그간의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태만히 하여 범죄 혐의가 없다고 불송치하는 경우 고소인, 피해자는 물론 고발인도 국수위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 국수위의 이의신청 처리에 불복한다면 공소청에 이의신청할 수 있고 법원에 재정 신청도 가능하다. 수사기관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사건을 접수하지 않거나 깔아뭉갠다면, 반대로 과잉 수사를 한다면 사건 관계인 누구나 국수위에 수사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국수위는 이의신청, 수사 심의 신청 사건을 조사하고, 필요 시 감사·감찰을 하는 외부적 통제 기관이다. 그간 검찰이라는 문지기만 통하면 ‘될 것도 안 되고 안 될 것도 되는 잘못된 관행’에 이중 삼중 통제를 하는 것이다. 혹여 수사기관들이 서로 수사하겠다고 경합하는 경우 국수위가 협의·조정하게 된다.

국수위는 검찰총장의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복종하는 검찰 조직과는 달리, 위원 1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이어서 어느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조직이다. 이진숙 위원장 홀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윤석열 정부 의도대로 할 수 없었듯 말이다. 수사기관을 장악하려 했다면 국수위를 만들 이유가 없다.

한편, 업무 절차가 복잡하여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점에서 사건 정보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증진하는 등 수사 절차에서 국민 주권주의를 실현할 책무를 국수위에 부여하고 있다. 이 책무는 검찰 개혁 입법 이후 촘촘한 후속 조치로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검찰이 문재인 정부 말기의 국회에서 법제화한 수사권 조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겪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수사 인력이 약 3만명인 경찰이 지난해 기준 전체 형사사건 약 160만건의 90%를 처리했다. 그간 경찰의 4분의 1에 이르는 수사 인력 약 8000명을 보유한 검찰은 단 1%만을 처리하면서 정권의 통치 수단 등 엉뚱한 곳에 한눈 팔게 내버려졌다. 이는 당장 국회에서 입법으로 검찰 개혁의 얼개를 만들고,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에서 이 얼개가 부작용 없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뒷받침하고 이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 개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피해로 귀결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