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93년 방송된 공익광고가 다시 화제가 됐다. ‘과보호는 자녀를 무능력한 사회인으로 만듭니다’가 메인 카피다. 30년 전 이 메시지는 여전히 지금 우리 교육의 민낯이다. 부모의 과잉 개입과 교사 불신, 무분별한 민원이 교단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희망도 있다.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우리 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에서 OECD 1위를 차지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신뢰받고 있다. 그 신뢰 위에 학교가,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가 서 있다. 반면 ‘부모와의 관계’는 12위, ‘자주성’은 33위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목숨을 끊었다. 담배를 피우고 무단결석하는 학생을 지도했는데 보호자는 ‘아이가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며 밤낮없이 악성 민원을 제기했고 고인은 끝내 무너졌다. 비단 제주 교사뿐일까. 2년 전 서울 서이초 교사도, 대전 용산초 교사도 그런 ‘과보호’가 빚은 비극이었다.
지금의 법은 교사를 지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지도’와 ‘학대’를 구분하지 못한 채 교사에게 칼날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교사를 신뢰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사청문회에서 붕괴된 교육 현장을 다시 세울 분명한 복안과 의지를 밝혀주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교권을 보호하는 교육부 장관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교사가 가르치기조차 두려운 학교에서 가능한 일일까. 지금의 법은 교사의 지도와 훈육마저 ‘정서 학대’로 몰아간다.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등이 악성 민원인들에게 오히려 무기가 됐다.
반면 교사는 맨몸이다. 너무도 모호한 정서 학대 조항을 명료화하도록 아동복지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 학대 신고자를 강력히 처벌하도록 교원지위법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가 학폭 처리 과정에서 악성 민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학폭법 개정도 필요하다.
둘째, 학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교육부 장관이어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행정기관, 돌봄기관, 사법기관으로 전락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주당 행정 업무 시간은 7.23시간, 주 5일 중 하루에 달한다. 여기에 학교는 돌봄과 학교폭력 조사‧처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면 사교육 의존도를 더 높이는 문제를 낳게 된다. 교원의 비본질적 행정 업무를 분리해 교육청‧지자체‧경찰청 등으로 전격 이관해야 한다.
셋째,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장 의견을 반영하는 교육부 장관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현장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책은 교실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교원은 단순한 집행자가 아니라 설계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교사를 믿고 있다.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학교, 아이들이 존중받는 교실, 그 당연한 일상을 회복해줄 진심 있는 교육부 장관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