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매매 편의를 위해 2014년에 만들어졌다. 최종 정산이 순식간에 되고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세계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99%는 달러 고정이다. 미국채를 매입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들은 37조달러를 넘은 미국 누적 채무 위기를 지연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은 최근에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법적 틀을 마련했다.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 빠르게 퍼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해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비기축통화인 원화에 대한 유의미한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 필요한 국내 자본시장 규제 개혁과 구조적 혁신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환투기 세력뿐 아니라 암호 화폐 시장 ‘고래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이 보유한 한국채를 대량 급매도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환율은 물론이고 시중금리까지 요동칠 것이다. 사업자들에게는 수익 창출 기회의 특혜를 주면서 거시적인 리스크는 전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설익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원화를 언스테이블(unstable·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것이다. 막대한 재정 지출을 실현하기 위해 이보다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행할 그 많은 국채를 누가 다 사주겠나? 비기축통화국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면 통화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인플레이션 또한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모두 나중의 일이다. 돈 푸는 데 진심인 정부가 당장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책 없이 돈을 찍어내는 피아트 체제의 태생적인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돈이 비트코인이다. 더 정확하게는 피아트 화폐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온전하고 우월한 돈이 비트코인이다.

정부 ‘명령’으로 만들어낸 피아트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싹튼 ‘풀뿌리’ 돈이다. 피아트 화폐에 뿌리를 둔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나 무한대로 언제든지 찍어낼 수 있지만, 공급이 한정된 비트코인은 코드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 생성된다. 코인에도 우열이 있다.

비트코인은 가장 탁월한 가치 저장 수단이다. 지난 16년간 우상향한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시간과 함께 구매력을 잃어가는 피아트 화폐의 정반대가 비트코인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미 설립한 비트코인 전략 보유고를 활용해 누적 채무 위기를 해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태초에 비트코인이 있고, 그 후에 스테이블코인이 생겼다. 비트코인 전략 보유고가 스테이블코인 도입보다 우선이다. 비트코인의 구심력이 스테이블코인의 원심력을 잡아 줘야 한다. ‘통화 주권’과 원화의 안정성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비트코인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104톤을 담보로 저리에 자금을 빌려 비트코인을 매입해 전략적 비축을 시작해야 한다. 추가 비용이나 납세자 부담 없는 이 해법을 정부가 안 쓸 이유가 없다.

디지털 금융 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시대와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그 안전장치가 비트코인 전략 보유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