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는 전반적으로 보면 최근 대선을 통해 다시 한번 제 기능을 했다. 높은 투표율, 평화로운 정권 교체, 독립적인 제도 운영 등은 분명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성과이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험대는 선거일 이후에 있다. 통치와 협력이 가능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한국의 정치 환경을 보며 깊은 우려를 느낀다. 정치적 불신, 날카로운 언어, 반복되는 법적 갈등이 정치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절차만이 아니다. 정당 간의 협력, 타협, 그리고 국민 전체의 신뢰를 구축하는 능력이 그 본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긴장은 한국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출산율 세계 최저,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 가속화 현상을 겪고 있다. 청년층의 주거·고용 불안, 세대 간 불평등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 모든 지표는 한국의 사회 구조와 복지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준다. 단기적인 선거 전략이 아닌,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진보·보수라는 이념의 경계를 넘어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이슈이다. 결코 어느 한 정당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 당면한 이러한 난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협치의 문화를 만들고,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과감한 개혁만큼 중요한 것은 신중함, 존중, 경청의 자세이다. 스웨덴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웨덴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다수당인 사회민주당이 단독 내각 구성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다른 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며 협치를 해왔다. 이러한 전통하에 주요 국가 전략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결정은 어느 한 정당의 독단이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대화와 정당 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도 정당을 초월한 일일 대응 협의체를 운영한 덕에 비교적 일관된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웨덴은 또한 조세 기반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해오고 있다. 연금 개혁, EU(유럽연합) 가입, 기후 목표 설정 등도 모두 정쟁이 아닌 전략적 타협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방식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변화가 빠른 시대에 비교적 안정된 정책 환경을 제공하며, 국민적 신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스웨덴이 한국과 달리 내각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정당 간 전략적 타협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이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성공 사례이다. 단기간에 이룬 이 성취는 대단한 자부심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한국이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단순히 경제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 문화의 성숙이 관건이다. 세계는 한국에서 단지 누가 권력을 잡았는가가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