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쇼크’가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두 달 연속 줄며 감소율이 8.1%로 커졌다.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만 보더라도, 미국의 품목별 관세 조치 이후 대미수출이 32%나 급감했다.
많은 이가 묻는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우리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과 무슨 상관인가?”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면, 타격은 단순히 미국 소비자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설 것이고, 국내 공장에 돌아올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 기술 개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 현대차는 ‘미국산 자동차’가 된다. 그 여파는 국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차량 가격은 오르고 신차 출시는 늦어지며, 선택지도 줄어든다. 한국 소비자가 한국 차를 더 비싸고 불편하게 사야 하는 아이러니다.
이는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강, 알루미늄, 가전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관세 유예 기한인 7월 8일까지 한미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선업 협력을 앞세워 품목 관세 철폐와 상호 관세 면제를 요구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접근은 너무나 진부하다. 조선업 하나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카드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선제 제안한 사항이다. 조선업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미국 경제에도 충분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파트너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트럼프가 흥미를 느낄 만한 ‘창의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첫 카드가 바로 바이오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 위탁 생산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생산 역량 없이는 미국 바이오 공급망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고질적인 문제인 의약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불균형 문제는 한국의 고효율⋅저비용 생산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하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미국이 한국과의 전략적 바이오 협력을 확대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바이오 의약품의 가격 안정과 공급망 및 접근성 향상이라는 정책적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
두 번째 카드는 인공지능이다. AI 플랫폼과 핵심 기술의 주도권은 미국에 있지만, 한국은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 의료 데이터 분석, 임상 시험 자동화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반도체, 바이오, AI를 하나로 묶은 ‘기술 동맹 패키지’는 미국에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줄 것인가’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의 한 이론에 따르면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타이밍과 과감한 전략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 관세 90일 유예 협정을 맺었고, 영국엔 자동차 10만대까지 관세를 10%로 인하해주고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도 철폐했다. 반면 한국은 대선 등 정국 혼란 속에 고위급 대면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정치는 잠시 멈춰도 경제는 쉬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 준비된 파트너를 원한다. 우리는 그 준비가 돼 있는가. 한 발 빠른 전략, 창의적 제안, 과감한 협상. 이것이 관세 전쟁의 해법이자,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