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당면한 국내 민생을 차질없이 챙겨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튼튼한 해외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청년은 자신의 꿈과 비전을 펼 수 있는 희망 있는 미래를 기대한다. 본격적 글로벌 시대에는 미래 세대가 외국의 유력 정치인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27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이 별세했다. 랭걸 전 의원은 17세에 군에 입대해 1950년 6·25전쟁이 터진 한국으로 파병됐다. 중공군과 맞서 싸웠다. 귀국 후 검사로 일하다가 1970년 연방 하원의원(임기 2년)에 당선돼 23선을 했다. 평생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헌신한 친한파 정치인이었다. 한미 FTA를 비롯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 분이다.
필자는 랭걸 전 의원을 미국과 한국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푸근하고 다정한 분이었다. 그는 배·김치·김 등 한국산 농식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2013년 뉴욕에서 개최된 한국 농식품 홍보 행사에 참석한 랭걸 전 의원은 한국 배 맛이 좋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지사에서 선물로 보내준 나주산 배가 큰 효과를 본 것이다.
한미 간 FTA가 교착상태에 있을 때 랭걸 전 의원이 한국을 방문한 적 있다. 주요 인사들이 모여 랭걸 전 의원에게 한미 FTA 타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미 의회 내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창설을 주도하고, 한미 양국 의회 간 인적 네트워크와 교류·강화에 힘썼다.
새 정부에 대표적인 통상 현안으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다가온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메가 FTA이다. 수출 시장의 안정 확보와 공급망 강화, 무역 다변화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위해 오래전부터 가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농어업계의 반발과 정치적 문제로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에서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미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시켰다. TPP는 미국 없이 CPTPP로 재출범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은 CPTPP에 가입해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등장한 트럼프 정부 2기에서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고율 관세,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외 통상의 중장기 방향을 잘 잡고 그간 추진해온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올해 10월 말부터 20년 만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가 경주에서 개최된다. 21국 정상과 수많은 고위층이 내방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그간 고민해온 과제를 풀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이철우 경북 지사는 APEC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도록 친서를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모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토록 한다면 큰 성과가 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통상정상 회의를 넘어 글로벌 평화회의로 전환될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외교, 통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정치인들을 잘 활용해보자. 우리에게 우군이 되는 ‘제2의 찰스 랭걸’은 많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