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고문, 전 KBS 해설위원장, 워싱턴총국장

우리는 6.3 대선 결과에 따른 새 대통의 탄생과 함께 AI 데모크라시(민주주의) 시대를 먼저 열어나가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데모크라시 시대의 맹점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AI 데모크라시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첫째, 지난달 29일 사전 투표일에 투표지가 투표소 밖으로 유출되는 이른바 ‘밥그릇 투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투표지 장외 유출은 아날로그 데모크라시 시대와 같은 릴레이 투표나 대리 투표에 악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릴레이 투표는 미국에서 지난 1940년대 초에 일부 나타난 부정 투표 방식이다. 특정 후보 측에서 어느 투표 예정자를 회유하여 미리 특정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를 주면서 투표 때 이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게 한다. 새로 받은 투표지는 기표하지 않은 채 갖고 오면 얼마를 준다. 이 과정이 릴레이식으로 계속된다. 그 20년 후 우리의 1960년 3.15 부정선거 때 한 릴레이 투표의 원조였다. 또 그 65년이나 지난 이번 대선에서도 그런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게 했다.

둘째, 오늘날 디지털 데모크라시 시대에 지난 2012년의 댓글 사건이나 2017년의 드루킹 사건 같은 조짐이 다시 나타나 모두를 긴장시켰다. 댓글은 그 자체로서는 투개표를 직접 조작하는 것은 아니어서 위험성이 덜하기는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투개표는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약 250만명의 재외 국민 유권자 투표를 위해서만 e메일이나 팩스 또는 온라인 투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각 정당 차원에서는 온라인 투표 등 디지털 투개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나 총선에서는 하지 않고 있다. 투표 결과가 해킹 등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디지털 개표와 손 개표를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다가올 AI 데모크라시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AI가 모든 난제에 대해 쾌도난마식으로 단숨에 실시간 해법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알고리즘(Algorithm) 체계를 국가나 최고 권력자가 독점하면 AI로 국민 의사를 좌지우지하고 정책 결정을 자의로 하는 AI 독재가 가능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 같은 학자도 신간 ‘넥서스‘(Nexus)에서 AI 독재가 초래할 수 있는 반유토피아(Distopia)적 현상 사전 대처를 경고한다.

현재 일부에서 실시하는 AI 은행 대출 과정에서 각 개인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따라 1000가지가 넘는 항목에 대한 가점이나 감점 평가로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최신형 스마트 폰으로 신청했느냐, 스마트폰의 충전 상태가 17% 이하였는가에 따라 가감이 달라지기까지 한다. 하물며 훨씬 복잡하고 더 큰 나랏일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 거대한 AI 리바이어던(Leviathan)을 통제할 수 있는 철학과 제도와 과학기술 체계를 먼저 창출해 내는 나라가 곧 다가올 AI 데모크라시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우리 대선 결과가 이런 역사적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