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함께 서명하며 화제가 된 ‘테이크 잇 다운법(Take It Down Act·온라인 불법 게시물 삭제 및 강력 단속법)’이 탄생했다. 이 법은 딥페이크 등 비동의 성적 이미지·영상이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비동의 이미지 등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개인과 기업에 대한 처벌과 금전적 제재까지 부과하는 고강도 규제가 미국에 도입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이 법은 ‘온라인 성적 착취를 용납하지 않기 위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못지않게 성적 이미지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개정으로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피해자, 특히 아동 중심의 강한 대응책이 마련됐다고 보긴 부족하다. 피해자의 직접 신고와 플랫폼 기업의 임의 협조에 의존하는 대응 방식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자율 규제 중심의 법적, 제도적 구조로는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충분히 이끌어 내기 어렵다. 이제는 미국처럼 보다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의무 위반 시 유튜브,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 부과되는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고, 필요한 경우 형벌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열어 놓고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삭제 조치에 시한을 두고, 이행하지 않는 플랫폼 기업에는 민사상 제재, 금지 명령, 시정 명령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발생하면 평생 고통으로 이어지는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한다.

성 착취물 소지·구입·저장을 처벌하는 개정 ‘성폭력처벌법’은 사후적 성격이 강하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고통을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지난한 삭제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 또한 적지 않다. 플랫폼 기업 등의 모니터링 책임을 강화하는 등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2023년 딥페이크 피해자의 약 60%가 아동·청소년이었다. 하지만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9세 이상 청소년을 중심으로 보호 규정을 두고, 9세 미만 아동에 대한 보호 규정은 부족해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온라인 유해 정보와 딥페이크 피해는 연령의 경계 없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보호 연령 확대와 함께 ‘아동·청소년 유해 정보’에 대한 법적 개념을 신설해 정밀한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에서 법이 제정되기까지 멜라니아 여사의 지지와 플랫폼 기업의 동참도 있었지만, 어린이재단연맹(ChildFund Alliance)의 ‘테이크 잇 다운 캠페인’ 같은 사회적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 한국에서도 시민단체가 나설 때다. 초록우산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선제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동력 삼아 정부의 디지털 보호 정책, 국회의 법 제정, 플랫폼 기업의 책임 있는 대응 등 아이들을 지키는 ‘디지털 방패’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의 디지털 공간이 소돔과 고모라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