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혼자선 물도 못 마셔요. 그런데 어떻게 혼자 살아가라고 하나요?”

발달장애인 부모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발달장애인이 약 26만명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은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돌봄은 부모에게 맡겨져 있다.

정부는 최근 장애인의 ‘탈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현실에 기반한 제도 개선과 당사자의 선택권 보장을 원칙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 일부 국가는 수십 년에 걸쳐 탈시설을 준비했으며, 충분한 지역사회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시설 밖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발달장애인’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모두를 묶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다른 일부는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동일한 탈시설을 요구하고, 같은 방식으로 자립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비인권적인 접근일 수 있다. 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시설에 남을 권리’와 ‘자립 주택을 선택할 권리’가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상당수는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언어로 말하기 어려운 이가 많고, 감정 표현이나 의사 전달은 고개 끄덕임, 손짓, 때로는 울부짖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주거 선택과 생활 방식 결정에는 ‘지원 의사 결정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법률·심리·언어 분야 전문가가 당사자의 결정을 돕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원 주택 입주를 앞둔 발달장애인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지원 의사 결정 전문가는 반복 질문, 상황 설명, 그림이나 도구를 활용해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한다.

시설 퇴소나 자립 주택 입주 같은 중대한 결정은 행정적 판단이나 보호자의 의사만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수년 동안 관찰하고 돌본 전문의와 행동 발달 전문가의 진단과 의견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시설이냐, 지역이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삶의 형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중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지원하고자 한다. 첫째, 발달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의료와 행동 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전국을 다섯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 전문 의료진과 행동 치료사가 상시 근무하는 거점 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주거 모델을 구축하고, 당사자가 일정 기간 거주한 뒤 주거 형태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주거 모델에 대해 당사자와 보호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시설 입소나 퇴소 결정 시에는 해당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진료하고 관찰해 온 전문의와 행동 발달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자립생활센터와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 동일 기관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충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두 기능을 분리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외부 감사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서비스의 질도 높여야 한다.

셋째, 장애인 학대나 유기 등 인권침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민간에 위탁된 장애인 권익 옹호 기관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탈시설’이라는 특정 방향만을 지지하지 않는다. 권익위는 장애인 인권이 선택 가능성과 현실적 안전망을 바탕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장애인이 ‘시설이냐, 지역이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삶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진짜 동행’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