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정책 이슈 중 하나로 대두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어떤 기대 효과를 가져오고, 어떤 리스크를 수반할까? 이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질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같은 기존 가상 화폐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본래 국가가 발행하고 통제하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등장했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 탓에 화폐로서의 사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기성 자산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테더(USDT)’ 등 주요 스테이블 코인들은 대부분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붕괴한 ‘테라(Terra)’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테라의 실패 이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스테이블 코인의 주요 기능은 투자 수단이 아닌, 법정 화폐 또는 기존 전자 화폐를 보완하는 안정적 결제 수단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는 정말로 안정적인가? 이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직결되는 핵심 질문이다. 답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사적 화폐로, 국가가 직접 가치를 보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7월 출시된 최초의 스테이블 코인 ‘BitUSD’는 미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됐으나, 2018년부터 가치 유지에 실패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 초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현재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 위치를 점하는 테더 역시 발행량에 상응하는 자산을 미국 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준비금 구성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해 왔다. 실제로 테더는 준비금과 관련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조사를 받았고, 대규모 과징금 납부에 합의했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이 항상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스테이블 코인의 광범위한 사용은 자국 통화 수요를 위축시키거나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효과를 약화시켜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존재한다. 자금 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 금융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고, 해킹이나 사기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소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해 대부분의 선진국은 스테이블 코인 사용을 장려하기보다는 규제 체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유로화 도입을 추진 중이며, 중국은 ‘e-CNY’라 불리는 CBDC의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확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어떨까? 달러와 달리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원화의 국제적 지위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국내 금융 산업의 디지털 혁신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거시 경제적 리스크도 내포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정책을 수립할 때는 먼저 해당 정책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반드시 필요한지, 혹은 더 효과적인 대안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이 시범 운영 중인 기관용 CBDC와 연계된 ‘예금 토큰’ 실험 역시 이러한 논의 속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