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의 삶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대선 후보들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공약하며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집무실,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한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을 내세우지만, 충청권 표심을 노린 계산이 엿보인다. 그런데 수도를 옮긴다고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올까?
수도권 인구는 5년 전부터 전국의 50%를 초과했다. 반면 대기업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에서는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현행 헌법이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권력과 자원을 중앙에 집중시킨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활성화에 실패했고, 일부 지역은 오히려 인구 유출과 침체를 겪었다.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접어든 것은 지역 경제가 쇠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마치 ‘전체의 통일은 개체의 독립에 의존해야 한다’는 랑케의 역사적 통찰을 실감케 한다. 개별 지역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을 때 전체 경제의 번영도 저해된다는 관점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존엄한 존재다. 이러한 인간관에서 ‘보충성의 원칙’이 나온다. 개인이나 하급 기관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상급 기관이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만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헌법적으로 구현된 사례가 독일 기본법과 스위스 헌법이다. 이 국가들의 분권 헌법은 지역사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그 결과 창발을 이룬 것이 지역 기반 직업교육 시스템과 공영 지역 은행 제도이다. 이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 분권 헌법이 지역 경제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의 중앙집권적 모델은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나, 현재는 지역 간 불균형으로 획일적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분권화를 통해 세계적 고학력 청년 인구의 잠재력을 살려내야 할 때다.
미국의 고(高)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에도 분권 개헌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의 생산 기능이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가 산업 정책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의 공론이 기업 생태계를 살리는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청년 일자리가 늘고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 경제하에서 인간 존엄을 실현하는 분권 개헌은 지역 쇠퇴를 막고 주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
헌법이 지역을 헌정의 주체로 인정하면, 번영은 주민 손에 달리게 된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과 정부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함께 성장할 기회를 준다. 또 헌법이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중앙·지방 간 다층적 협력 체계를 명확히 담아낸다면, 국가적 갈등은 줄고 균형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역사회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때, 청년들이 고향에서 꿈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