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제 그 불똥이 에너지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무역 갈등은 단순히 상품 교역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과 지정학적 관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EU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면서 양측의 에너지 협력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 그 결과, 러시아산 가스의 비율은 2022년 45%에서 2025년 13%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를 대체한 주요 공급원 중 하나가 바로 미국산 LNG다.
미국은 비교적 낮은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으로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EU의 주요 에너지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양측 간의 무역 갈등 속에서도 진행된 선택으로, 에너지 협력이 무역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통해 유럽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산 LNG는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무역 전쟁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은 미국의 무역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미국산 LNG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양측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통해 유럽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에너지 협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산 LNG에 대한 EU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제 에너지 분야에서도 무역 전쟁과 유사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LNG 수출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할 경우, 유럽의 에너지 안보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산 LNG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압 파쇄(fracking) 기술을 사용한 LNG 생산은 메탄 배출 등 환경 파괴로 비판받고 있으며, EU의 탄소 중립 목표와도 상충한다. 유럽이 미국산 LNG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역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확대된다면, 글로벌 경제와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과 EU는 무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에너지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EU는 에너지 공급원을 더욱 다각화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미국산 LNG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미국은 무역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동맹 관계와 글로벌 경제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에너지 전쟁의 위험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양측이 협력과 상생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무역 전쟁의 불똥은 에너지 분야로 번져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