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높은 시민 참여와 정책, 기술로 생활 폐기물의 약 60%를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건 불가능해 선진국은 소각장을 적극 운영한다.
매립은 공간과 사후 관리 부담이 크지만, 소각은 매립량을 줄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며 남은 소각재는 건설 재료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국토가 좁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매립 대신 소각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본·독일은 재활용 뒤 99%를 소각하고 1%만 매립한다. 영국도 소각 비율을 2009년 20%에서 2018년 70%로 늘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52%에서 66%로 전환 속도가 더디다. 주민 반대로 공공 소각 시설 설치 사업이 지연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소각장 건설에 따라 주변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지역민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기술이 발달해 환경오염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소각장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양질 일자리가 다수 창출된다. 2023년 전국 공공 소각 시설 운영 인력은 4000여 명에 달한다. 추가 건설 과정에서도 2025년 기준 연간 약 3000명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지역 난방과 전력 공급에 활용된다. 2023년 전국 공공 소각 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약 1169만기가칼로리로, 약 1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열과 전기를 생산했다. 연간 230만 가구의 난방열과 95만 가구의 전기 사용량에 달한다. 같은 해 서울시 가구 수가 414만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에너지 생산 효과다.
소각장을 적절히 운영·관리한다면 지역사회와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서울시 강남 자원 회수 시설은 인근 아파트 단지와 20m 간격을 두고 20여 년간 운영되고 있지만 환경·건강 관련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최근 건설된 공공 소각장은 주민 편익 시설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과 상생하고 도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소각 시설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에는 생태 공원 등을 조성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사례로 평가 받는다. 제주도 서귀포시 소각 시설은 주민 발전 기금 지원과 편익 시설 설치로 갈등을 해결한 경우다. 또 평택 에코센터는 주민 협동조합이 운영에 참여해 수익을 돌려받는 방법을 택했다.
해외 사례도 있다. 덴마크는 소각장 옥상에 스키 슬로프를 조성했고, 오스트리아는 소각장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소각장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는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다. 이를 불식하려면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단체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시설을 설치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영향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운영과 모니터링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내 폐기물 매립지의 포화는 곧 다가온다. 정부는 2026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에서 생활 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할 계획이다. 재활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기술적·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소각장 확충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