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들이 FPV 드론을 손보고 있다. /뉴시스

전쟁이 벌어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가자지구가 ‘인공지능(AI) 실험실’로 불리고 있다. 현대전에서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무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팰런티어’사가 지원하는 AI 기반 드론으로 전선에서 5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내륙의 전략폭격기와 정유 시설 등을 오차 없이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AI 기반 표적 분석 시스템인 ‘라벤더’와 ‘하브소라’를 활용해 하마스의 핵심 요원과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AI 시스템은 표적 타격의 정확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AI에 관한 ‘국가 안보 각서’를 통해 AI를 핵무기처럼 전략자산으로 지정하고 기술 우위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AI를 국방 중점 사업으로 선정해 ‘최고 디지털 및 AI 사무소(CDAO)’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AI 개발과 연계해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는 AI가 ‘전장의 브레인’ 역할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AI 기반의 ‘합동 전영역 지휘 통제(JADC2)’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AI 기반 자율 무인 체계의 전력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 오픈AI, 메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AI 선진국 대열에서 뒤처진 우리의 위상을 감안할 때, 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안보 차원에서도 AI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방 AI 개발에 대한 민·관·군의 통합된 노력도 필수적이다.

우리 군은 예상되는 미래전 양상과 저출생에 따른 병력 부족 현상의 심화를 고려해 전력 규모를 축소하되 전투력은 증강하는 ‘양(Quantity)에서 질(Quality)로의 변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방 개혁 2.0’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의 ‘네트워크 중심전(NCW)’에 대비하고, 종전의 ‘아날로그 군’을 ‘디지털 군’으로 변화시켜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어 간다는 개념이다.

향후 AI 발전 추세를 볼 때 우리 군의 국방 개혁 방향은 ‘디지털 군’에서 ‘AI 군’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미래의 ‘AI군’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AI 기반의 ‘미래 한국군의 모습’의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전장에서 인체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찰·감시 체계는 물론 두뇌 역할을 맡는 JADC2 시스템의 인공지능화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AI가 내장된 무인 무기 체계와 AI 기술을 접목해 성능이 향상된 기존 무기 체계의 복합 운용으로 ‘AI 군’의 진면목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AI 군’ 양성을 위해 민·관·군의 통합된 노력은 필수적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 AI위원회’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유관 방산 업체 및 AI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동맹인 미국과 정부 및 국방부 차원의 상호 협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AI 투자 규모나 전문 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 파트너십을 확장해 ‘한미 AI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미 ‘AI 동맹’이 이뤄지면 경제 면에서 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안보 면에서도 ‘AI 군’을 활용한 대북 상대적 우위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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