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New Space)’는 기존 정부 주도 우주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상업적 혁신과 민간기업 중심의 활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새로운 우주산업 시대를 여는 개념이다. 21세기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떠오른 용어다.
특히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2008년 팰컨1 로켓을 통해 독자적으로 우주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전에는 민간기업이 대부분 정부 기술과 자금 지원에 의존하거나 정부 주도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됐다. 반면, 스페이스X는 설계, 제작, 발사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해 진정한 상업적 자율성을 보여줬다. 이는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미국에서 수십 년간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 기술 혁신, 시장 중심의 상업화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미국의 우주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스페이스재단’은 우주산업을 민간(civil), 상업(commercial),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로 구분하며 각 부문의 역할을 정의했다. ‘민간’은 비군사적 정부 활동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과학적·기술적 활동을 의미하며, ‘상업’은 시장 경쟁과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구분은 NASA(미 항공우주국)가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민간기업이 독립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이루도록 돕는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의 뉴 스페이스는 기술 개발, 산업 기반, 그리고 경험 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언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민간’이라는 개념은 미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에서는 정부 주도 비군사적 활동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며 상업적 활동과 혼재되어 사용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정부 프로젝트에 민간기업이 참여해도 이를 “민간”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독립적 상업화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혼재는 우주개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방향성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현재 한국의 우주개발은 여전히 정부 주도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독립적 상업화보다는 정부 프로젝트에서 협력자 역할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한 상태다. 누리호 발사체 개발은 한국의 기술 자립을 위한 중요한 성과이지만,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처럼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니다.
한국이 진정한 뉴 스페이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첫째, 민간기업이 자립적으로 상업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하되,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차별화된 기술과 상업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선진국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접근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셋째, 국제 협력을 확대해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뉴 스페이스를 시작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진정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축적과 혁신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뉴 스페이스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올바른 뉴 스페이스의 정착은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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