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례없는 속도로 초저출생·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구 절벽에 처한 한국에서 ‘이민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요, 생존 전략이다. 이민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인구 문제 해소를 위한 시대적 과업이 된 지 오래다. 영국은 이민자가 매년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고 독일은 인도와 이민 협정을 체결했다. 이제야 본격적인 의제화가 시작된 한국은 뒤처진 만큼 이민 정책의 과감한 확대와 전환이 시급하다.
이민 정책의 골자는 크게 3가지다. 우수 외국 인력이 한국에 오도록 하는 ‘유입 정책’, 유입된 외국 인력의 한국 정주를 돕는 ‘사회 통합 정책’, 마지막은 이를 총괄 추진할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다. 그리고 이 정책들의 동력은 ‘전환’과 ‘혁신’에 있다.
유입 정책부터 대담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저숙련 노동자를 단기간 고용 후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중숙련 이상의 인력을 유치해 한국에 정착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AI·로봇·우주 항공 등 첨단 분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톱티어(Top-tier) 비자 신설과 비자 심사 기간 단축, 동반 입국 허용 범위 확대 등을 조속히 시행해 고급 인력 유치를 촉진하고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수요가 큰 간병·돌봄 인력의 공격적 유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숙련 단기 중심의 고용 허가제를, 우수 인재 유치에 유리하게 민간 매칭을 확대하고 한국 정착을 전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유입된 외국 인력의 한국 정착이 수월하도록 사회 통합 정책도 전환하고 혁신해야 한다. 핵심은 노동시장 통합에 있다. 고숙련 인력은 물론 입국 후 산업 현장에서 오래 경력이 쌓인 이들도 한국에 정착해 국적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행안부와 지역사회가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고숙련 인력이 원할 경우 영주권에서 국적까지 바로 취득하는 패스트 패스를 적용하고, 배우자·자녀 외 부모나 가사도우미까지 폭넓게 동반 입국을 허용하는 파격적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면 뒤늦게 참여한 이민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한국 적응도를 높이는 사전 프로그램(Pre-Departure)도 좋은 대안이다. 개도국 현지에 간호·기술 학교 등을 세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함께 교육하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해당 국가의 인재 양성에도 도움이 되면서, 한국 또한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고, 그들도 빠르게 한국에 정착할 수 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입과 통합 정책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려면 이민을 총괄하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다. 고숙련 노동자는 법무부, 저숙련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산발적으로 추진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이민 사회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구부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대책 총괄에 더해 이민 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맡아 이민자의 고용부터 실업·복지, 정착 지원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단일 민족 정체성이 강해 이민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달리 이민자들은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오는 혁신의 촉매제로 역할 해 왔다. AI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반도체 기업 AMD의 리사 수, 기업을 넘어 미국 전체의 혁신을 불러올 일론 머스크 등 쟁쟁한 이들이 이민으로 새 기회를 얻어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 비율이 5%에 육박하는 다문화 사회의 문턱에 와있다. 한국인이 누군지에 대해 국적 여부나 기존의 정체성을 넘어 열린 마음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편다면 어떨까? 새로 쓰인 통합의 준거 틀 속에서, 한국에서도 제2의 젠슨 황·리사 수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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