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 사이에 체결된 FTA(자유무역협정)가 31일 발효됐다. 공식 협상이 시작된 지 5년 6개월 만이다. 한국으로선 22번째 FTA이다. ‘한·필 FTA’의 의의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남아에서 위상이 작지 않은 나라인 필리핀과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1억1700만명의 인구 대국이다. 매력적인 소비 시장이자 노동 시장이다. 2022년 한국과 필리핀의 무역 규모는 174억달러(약 25조6000억원)다. 한국엔 수출(123억달러)이 수입(51억달러)보다 2.4배 많다. 수출 1~5위 품목은 반도체, 경유, 휘발유, 동조가공품, 제트유·등유다.
둘째, 한국과 아세안(ASEAN)과의 결속이 강화될 전망이다. 아세안은 필리핀을 포함한 10국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말한다. ‘한국·아세안FTA’는 2007년 발효됐는데, 이를 전후해 싱가포르(2006년), 베트남(2015년), 캄보디아(2022년), 인도네시아(2023년) 등 회원국 4곳이 개별적으로 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번에 한국은 아세안 국가 중 다섯째로 필리핀과 개별적인 FTA를 발효한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한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아세안 10국은 한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다. 2022년 기준으로 교역액이 2074억달러로 미국(1915억달러)보다 크다. 베트남은 개별 국가로서 한국의 3위 무역 상대이며, 싱가포르(9위), 말레이시아(12위), 인도네시아(13위), 필리핀(17위), 태국(19위) 등 5국이 20위 이내에 속한다. 아세안 인구는 6억8000만명에 달해 미국(3억3000만명)보다 배 이상 많다.
셋째, ‘한·필 FTA’의 보다 중요한 의의는 한국이 추구해온 ‘자유무역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이다. 2004년 최초로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은 FTA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FTA 강국’의 위치를 확고히 해왔다. 그 결과 세계 7위 무역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그동안 FTA를 맺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27국, 아세안 10국 등 약 60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세계 GDP의 80%가 넘는다. FTA를 통해 전 세계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한국의 ‘경제 영토’로 편입됐다. 한국은 추가로 19개 FTA의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국가들이 전 세계 GDP 및 교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가량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정부의 ‘통상정책 로드맵’은 6가지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첫째가 ‘세계 1위 FTA 경제 운동장 확보’다.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변함 없는 의지의 표명이다. 자유무역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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