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은 인천항 수로를 항해하는 해군 함정에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지자체·군 등 많은 이들이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에 승함해 행사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승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전승기념식이 움직이는 해군 함정에서 진행된 것도 처음이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가장 상징적인 승리라 할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을 다시 떠올리고 기억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 질서 변화 속에서 한미동맹의 더욱 굳건히 다지고 발전시키자는 의지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연설 뒤 배경에는 ‘힘에 의한 평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기조다. 이날 기념식에서 해군의 함정을 보면서 힘에 의한 평화는 강력한 국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건조비만 1조3000억 원이 넘는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을 비롯해 호위함, 군수지원함, 유도탄고속함, 그리고 당당한 위용을 뽐낸 마라도함까지 최첨단 해군 함정이 사열에 참가했다.
73년 전 인천상륙작전에는 유엔군 소속 261척의 상륙함정이 동원됐다. 그 가운데 한국 해군에선 ‘백두산함’을 비롯한 15척의 함정이 참가했다.
특히, 백두산함은 해군 창설 당시 장교, 부사관, 수병들이 자발적으로 월급 일부를 각출해 모은 돈과 정부 지원금으로 미국에서 사온 중고 연안 구잠함이었다. 이 함정은 6.25전쟁 때 혁혁한 공을 세웠고, 한국 해군이 뿌리 내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렇게 눈물겹게 첫 발을 뗀 우리 해군이 세계 해군력 순위 10위 권 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엘 보웰 주일 미국 육군 사령관은 집무실에 거꾸로 뒤집힌 인도·태평양 지도를 걸고 있다고 한다. 이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바다는 세상의 중심이고, 한국은 대륙이 바다로 나가는 창이다. 우리가 해군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 용사들인 101세 이서근 예비역 해병대 대령과 91세 빈센트 소델로 예비역 미 해병대 대위, 94세 알프레드 김 예비역 미 해군 중령 등 참가했다. 다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고령에도 젊은 시절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웠던 그 순간을 기리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이들도 놀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를 현장에서 바라보며 전쟁은 여전히 이 땅에 살아있는 역사, 쓰여지고 있는 역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전 70 년이 지났지만, 이 땅에 평화는 오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각종 군사 도발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거세지는 러시아·북한 등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은 우리 군이 계속 강력한 힘을 키워나가야할 이유를 말해준다.
오는 26일 서울에선 대규모 군 장비가 동원되는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10년 만의 육해공군 시가행진 부활과 함께 주한미군까지 참가하는 역대급 규모다. 이 행사가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과 더불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면서 국민과 함께 자긍심과 감동을 심어주는 축제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