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상암동 하늘공원에 세운다는 직경 180m 서울링의 표절 논란이 뜨겁다. ‘천년의 문’ 당선건축가는 서울시 요청으로 여러 차례 서울링 설계안과 공법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서울링으로 불리던 천년의 문 문화 가치를 알아주는 시장이 나왔다고 기대가 컸다. 그런데 서울시는 명칭, 개념, 형태의 표절이 의심되는 서울링을 출처도 없이 발표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바꾸면 된다는 서울시의 법 만능주의와 문화 의식이 안타깝다.
상암동 한강변에 세우려던 천년의 문은 새천년준비위 이어령 위원장이 기획하고 (재)천년의문 이사장이던 필자가 주관하여 추진하던 국가 상징물 프로젝트다. 재단은 1999년 설계 공모를 하면서 공정성 제고를 위해 심사위원 명단도 동시에 발표했다. 2000년 응모 작품 36편 중에서 장석웅, 강석원, 김진균 등 심사위원 9명이 높은 심미안으로 30대 무명 건축가 이은석, 우대성의 ‘링’을 만장일치로 뽑았다. 세계 최초 원형 건물 천년의 문은 직경 200m 원의 궤도를 따라 캐빈이 돌고 북녘 땅 개성을 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와 2000개 계단이 있다. 생성, 비움, 완결, 원융 회통의 철학적 의미를 지닌 약속의 반지 서울의 고리(Seoul Ring)이다.
필자는 세계 최고 구조 설계, 풍동 실험, 궤도 회사와 협업 조건으로 당선 건축가와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설계안이 캐나다 RWDI 풍동 실험에서 실패했으나 영국 오베아르프사에서 구조 해법을 찾아 100년 주기 지진, 태풍, 홍수에 견딜 수 있는 구조 설계에 성공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국경일에 서울링에 걸려던 160m 태극기 게양에 반대했다. 한반도기를 게양해야지 정치적 센스가 부족하다는 핀잔도 들었다. 삼성물산, 포스코개발 등 6사가 사업성이 있다며 민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01년 문화관광부 장관은 “문제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중단하는 것도 용기로 생각했다”면서 안전성과 공사비 빌미로 서울링 탄생 1년 만에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재단은 국내외 5사 실시 설계비 9억원을 지불하려 했으나 정부는 설계비를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백지화 선언 다음 날 교부금 48억원을 강제 회수해 갔다. 직권남용 소지가 있는 행정 행위로 설계 당선자의 피눈물 나는 고난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설계 당선자와 4개 외국 설계사의 설계비를 주지 못해 하루아침에 국제 사기꾼이 되었다. 설계 당선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실시 설계비 지급 소송을 제기해 9년 만에야 대법원 승소 판결로 설계비와 이자 22억원을 받았다.
서울시는 런던아이를 본뜬 서울아이를 세운다더니 느닷없이 서울링 건립을 발표했다. 서울링은 천년의 문 별칭이자 고유명사인데 원저작자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이 떳떳한 것인지 알고 싶다. 민심의 그물망은 촘촘하다. 서울시는 중국 발해의 눈, 일본 빅오를 참고해 서울링 개념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서울시 서울링은 천년의 문을 빼닮은 전망대가 있고 링 직경 200m를 180m로 줄인 건축물로 개념이 같아 도용 의혹을 받고 있다.
천년의 문은 캐빈이 링 안쪽으로 돌고 서울시 서울링은 링 바깥으로 도는 형태다. 중국 발해의 눈은 링 안에 까치발이가 있는 철골 탑에 캐빈이 도는 관람차이고 일본 빅오는 링 중앙을 롤러코스터가 통과하는 관람차다. 서울시 서울링은 두 놀이기구 관람차보다 완벽한 원형 천년의 문과 형태가 비슷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링을 상암동 하늘공원에 세운다고 하나 풍동 저항 구조가 허약해 시공에서 어려움을 겪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모른다. 천년의 문을 세우려던 평화의 공원 위치가 지반이 견고하고 한강변이어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술가는 힘은 없어도 꿈과 자존심을 먹고 산다. 건축가의 피눈물이 또다시 한강처럼 흐르게 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원저작자의 명예를 존중해 약속의 반지 서울링을 우뚝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