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거가 있다. 선거구당 평균 선거인 수는 200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선거지만 선출된 사람은 고액 연봉이 보장되고 인사권·경영권 등 전반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공직 선거는 아니지만 풀뿌리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선거이자 생활 속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 선거, 바로 조합장 선거다.
오는 3월 8일 실시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는 1347개의 농협·수협·산림조합에서 260여 만명의 선거인이 참여한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은 1988년부터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합 스스로 관리했던 선거는 불법 선거로 얼룩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2003년 지방의 한 조합장 선거에서 후보자로부터 현금 수백만원을 받은 대의원 10명이 한꺼번에 구속되었다. 이들에게 돈을 준 후보자는 옥중 당선되기도 했다. 2010년 다른 지방의 조합장 선거에서 한 출마 예정자가 조합원 수백 명에게 7000여 만원을 돌렸다. 그는 구속되고 돈을 받은 조합원 540여 명이 동시에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결국 조합장 선거는 불법행위를 막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선관위에 위탁하여 2015년부터 전국이 동시에 실시하게 되었다. 조합 특성상 친밀한 연고 관계가 있어 금품 수수가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하고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서로 제보를 꺼려 ‘돈 선거’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돈 선거’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조합장 선거의 ‘돈 선거’ 관행이 거꾸로 공직 선거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다. 공직 선거에 ‘돈 선거’ 문화가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를 깨끗하게 치르는 것은 중요하다. 조합장 선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추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돈 선거’가 아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금품 수수 등 조합장의 각종 비위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경우, 조합과 조합원은 선거 관리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게 된다. 최근에도 2020년 30건, 2021년 18건의 조합장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었고, 13억여 원의 선거 관리 비용은 온전히 조합 예산으로 부담되었다. 유관 기관의 행정력 중복 투입 등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그 이상이다.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이상 조합장 선거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선관위는 조합장 선거의 위탁 취지를 살리고 ‘돈 선거’를 뿌리 뽑기 위해 예방·단속 활동과 함께 조합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깨끗한 조합장 선거의 의의는 생활 속 민주주의 발전과 공정한 선거 문화 정착에 있다. 선관위가 조합장 선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실시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인 만큼 격리자 투표를 위한 특별투표소를 설치하는 등 공직 선거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합원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다. 공정한 선거가 개인과 공동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조합 구성원과 사회 전체의 관심을 통해 공정하고 깨끗한 조합장 선거가 생활 속 민주주의 정착으로,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돈 선거’로 뽑은 대표자에게 공정한 조합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지금의 조합장 선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