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에너지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똑똑한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CT(정보 통신 기술)를 접목해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관찰·통제하고, 양방향 통신을 통해 운영 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 시스템을 뜻한다.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적용하고, 전력 수요를 분산하고, 소비자에게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사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원격 자동 검침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가정 전력 소비자는 전기 요금이 낮은 시간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충전해뒀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에 파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가 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려면 건물 내 전력·가스·물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냉난방 운영 설비부터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스마트 계량기(AMI),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전기차 및 충전소, 분산 전원, 신재생 에너지, 양방향 정보 통신 기술, 지능형 송배전 시스템 등 첨단 IT가 필요하다. 세계 스마트 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1년 360억달러(약 47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18% 성장해 2030년 약 16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리나라에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된다면 에너지 소비를 15%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 그리드는 장기 국가 과제인 신재생에너지 보급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태양광·풍력발전이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전력 품질이 일정치 못한 점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지만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하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날씨 예측과 EMS(에너지 관리 시스템)·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을 결합해 발전량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력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에너지 효율화 증대와 탄소 배출량 감축, 에너지 자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할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