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기념비를 사랑한다. 지구촌 전장 곳곳에서 목숨 바친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는 더욱 그렇다. 워싱턴 DC의 내셔널몰에서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세 기념비는 2차 대전, 베트남전, 그리고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인데, 내가 정기적으로 찾는 감동적 기념비들이기도 하다.

내가 몸담았던 해병대는 한국전쟁에서 교훈을 얻고자 집중해서 공부한다. 그러나 미국 역사가들은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불러왔다. 사람들이 대화 주제로 삼지도 않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고귀한 전쟁’으로 불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헌신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기념비에서는 육·해·공군 및 해병대원 19명이 추위와 습기 찬 바람에 맞서고 있다. 그들의 얼굴은 두려움과 자부심, 결기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모습은 고귀함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준다. 한국전쟁 기념비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지난 7월 27일 미국인 수천 명과 의회 동료들,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위급 관료들과 함께 나는 워싱턴 한국전 추모의 벽 제막식에 참석했다. 한국인들의 너그러움 덕에 우리는 2200만달러나 되는 건립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추모의 벽은 한국전 당시 숨진 미국인 3만6573명 이름을 새겼다. 더 중요한 것은 카투사 병사 7200여 명의 이름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미국과 한국의 형제들 이름은 미국의 기억에 영원히 아로새겨졌다.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 중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먼저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실제로 미국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가 누리는 자유는 동맹이 함께 싸우고 이겨낸 결실로 온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3만7000여 미군이 숨졌고, 8000명 이상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10만3000여 미군은 부상당했다.

물론 이 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한국 군인과 민간인은 수백만 명으로, 한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 이 전투에서 입은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라는 분명한 결과를 얻게 됐다. 어둠에 휩싸인 북한과 밝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의 밤 풍경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위성사진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할 문구는 ‘우리나라는 전혀 알지도 못하던 낯선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부름에 응답한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전쟁 전 상대방 나라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적과 맞서 싸우며 흘린 고귀한 피는 상호 연대를 굳건하게 해줬다. 또한 한국인들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추모의 벽을 워싱턴에 헌정하면서 보여준 너그러움을 통해 한미 동맹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의회 동료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함께 한미 동맹을 축하하고 건립 지원에 감사하는 상원 결의안을 발의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결의안은 “추모의 벽 건립 기금을 지원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너그러움에 깊이 감사한다”고 언급하는데, 이는 미국과 한국 동맹의 고귀한 희생과 공통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 기념비는 그런 희생과, 인적 손실이 불러온 슬픔, 그리고 각자의 희생에서 비롯된 자부심이 반영돼있다.

이 추모의 벽 덕분에 모든 미국인, 특히 한국전쟁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성지를 얻게 됐다. 이런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을 내 나라에 선사한 한국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