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정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한 여러 방안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재정 운용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 운용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포괄성’이며 이를 저해하는 것이 ‘칸막이식’ 재정 운용이다. 또한 예산은 과거의 결정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수요에 입각해 배분되어야 마땅하다. 이 두 가지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재정 운용의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이 원칙들을 훼손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정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보내는 재원으로, 내국세의 20.79%에 달해 교육청 세입 예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문제는 50여 년 전에 생긴 교육교부금이 현재와 미래를 구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의 경직성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재정 제도란 사회 경제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심각한 속도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요지부동이다. 2000년에 약 798만명이었던 초·중·고교생 수가 2020년에는 약 536만명으로 거의 3분의 1이 감소했다. 하지만 내국세의 20.79%로 법정화되어 있는 교부금의 규모는 2000년 8조6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3조5000억원이 돼 5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 결과 우리의 초·중·고교 학생 1인당 투자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상위권으로 올라갔지만, 교부금의 틀에 막혀 투자가 불가능한 대학생 1인당 투자비는 OECD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의 시대에는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의 상대적 중요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재정 구조도 같이 변화해야 하지만,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경직적 교육재정 배분 구조는 단순히 교육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처를 초·중등(중·고교) 교육에 한정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국세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세입으로 전환하여 열악한 고등교육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 등 균형적인 교육 재정 배분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이렇게 초·중등교육에 활용되던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용으로 전환한 재원은 우선적으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상생할 수 있는 영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중등 교육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의 초·중등교육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생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지역의 초·중등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중앙정부-지자체-교육청-지역대학-지역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지역대학 육성, 지역대학 구조조정 등을 위한 재원으로 교부금을 우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배움의 여정은 고교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교부금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까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는 길을 터주어, 재정이 제도적 틀에 갇히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투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