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과 19일 서울에서 ‘서울올림픽레거시포럼’이 열린다. 1988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과거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와 앞으로 올림픽을 열 나라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이나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내에서 열린 종합국제대회의 관리 주체들이 모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 ‘우정과 연대’라는 올림픽 가치를 구현하는 자리다.
그동안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하는 ‘올림픽 개최 도시 시장 연합회(The Union of Olympic Host Cities)’ 회의는 격년제로 열려왔다. 하지만 참석 인사가 정치인이나 관료들로 제한됐다. 국내에선 서울시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강원도가 한 차례 참석했다.
올림픽 유산(레거시·legacy)을 관리 보존하고, 이를 후대에까지 전승할 수 있는 실질적 주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모임으로선 서울올림픽레거시포럼이 처음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이 포럼은 IOC가 공식 승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식 후원자로 나섰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하면 역대 올림픽 가운데 서울올림픽이 올림픽 레거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며 전승하는 데 가장 모범적이며, 또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대회라는 사실을 IOC가 인정한 것이다. IOC는 이 포럼에서 서울올림픽을 올림픽 유산을 이어가는 최적의 모델로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1988년 온 국민의 성원 속에서 치러진 서울올림픽은 지금까지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국제적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대회 자체를 조직적으로 훌륭하게 치렀고,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했다. 또 경기장 시설과 올림픽 공원을 지금까지도 문화·스포츠 영역에서 재활용하고 있고, 한강 종합 개발과 지하철 노선의 대대적 확충으로 서울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IOC와 역대 올림픽 개최국들은 이런 유형의 레거시 말고도 다른 대회는 이뤄내지 못한 ‘위대한’ 레거시 때문에 지금도 서울올림픽을 최고의 대회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올림픽은 국제적으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12년간 지속됐던 올림픽 보이콧이 자취를 감추고 동·서 양 진영이 대거 참가해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와 화합’을 구현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분단 이후 30여 년간 지속됐던 남북한 체제 경쟁에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또 국내 정치와 외교, 경제와 산업,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국가나 체제의 홍보 또는 낙후된 개최 도시 개발이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은 예는 서울올림픽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한민국은 올림픽 레거시에 대해 할 말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역대 올림픽 개최국이나 개최를 준비 중인 나라에 한국은 늘 부러움과 연구 대상이다. 서울올림픽으로 발생한 수익과 법적·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회 직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설립되어 올림픽 유산을 이어나가고,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 진흥에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점에서 그동안 전 세계 체육계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봐왔다. 이번 포럼에 무려 19개 올림픽 개최국, 45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것만 봐도 한국으로부터 체계적인 올림픽 유산 관리와 전승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올림픽 레거시는 얼음 속에 갇혀있거나 박제된 옛날 것이 아니다. 오늘 살아 숨 쉬고, 뜨겁게 고동치며, 내일도 힘차게 이어져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가치다. 이번 포럼이 한국이 올림픽 레거시의 보존과 전승의 리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